[연남동] 진가-사부의 솜씨?

img_6245사부는 또 뭔가. 셰프나 주방장 정도로는 부족한가? 그래서 중식 주방의 우두머리에게는 사부라는 호칭을 따로 붙여줘야 하나? 너무 논리가 없어서 굳이 링크를 가져오고 싶지도 않은 글을 읽은 적 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런듯 아닌 토종닭에 대한 글이었다. 들 근거가 없어서 문헌에도 남지 않은 토종닭의 종족 보호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하는 그 글의 끝은, 진가의 아무개 사부에게 요리를 맡겼더니 역시 여느 닭에 비해 훨씬 더 맛있더라-라는 토종닭 찬사였다. 참으로 대단했다.

img_6244어쨌든, 그런 진가에 가보았다. 나의 기본 인상은 그랬다. ‘그러니까 여기가 그 사부의 진가가 맞나? 아니면 같은 이름으로 다른 곳이 또 있나? 내가 잘못 왔나?’ 그렇지 않았다. 검색해도 진가는 이곳 한 군데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맛이 없었느냐… 면 그렇지 않았다. 단지 사부라고 불리는 사람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는 만큼 맛있지 않았다. 소스에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가지 튀김은 괜찮았고, 게살 볶음밥도 잘 볶았으며, 만두도 먹는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img_6242그러나 이 모든 음식의 간이 공통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나마 게살 볶음밥에서 균형이 맞을 조짐이 잠깐 보였지만 볶고 나서 겉에만 (맛)소금을 친 듯 일관적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최종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듯한 결과의 불균형이었고 음식보다 이름이 먼저 나오는 사람의 솜씨-또는 그가 짜놓은 얼개-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는 말이다. 예전 진진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디에서나 또는 근처의 이름 모를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맛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img_6243그런 가운데 몽골리안 비프는 환불을 요청하고 싶은 재난이었다. 한국에선 먹어본 적이 없어 반가운 마음에 케첩을 썼다는 메뉴의 설명-과 불길함-을 무시하고 시켰는데 열악한 ‘쏘야’의 맛이었다. 거무죽죽하고 윤기 없는 소스에 푹 파묻힌 쇠고기는 중식의 볶음류-특히 사부의 솜씨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드러움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어제 글에서 언급한 라구의 쇠고기처럼 씹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소시지와 케첩의 조화, 또는 가공육의 부드러움을 감안한다면 사실 쏘야보다 못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케첩. 쓰는 레시피가 어딘가에서는 존재할 거라 믿지만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간장-설탕-물녹말의 글레이즈가 기본일테고 이걸 사부님께서 모르실 리가 없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그렇다고 환경이 좋다고도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주점 콘셉트로 자리 사이가 좁은 편이고 굉장히 시끄럽다. 토요일 저녁에 가서 그런지 진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 사부의 손맛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역경 쯤이야 무시하겠지만 그럴 만큼의 음식이 아니므로 재방문 의사는 없다.

*사족: 내가 할 일은 아닌데, 한국식 중식 애호가라면 전성기 시절 요리사들이 살아 있을 때 역사나 계보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누군가 했으면 좋겠다. 종종 주워 듣는데, 이쪽도 부풀린 경력 이야기가 나온다. 중식계 내부의 도제 시스템을 제대로 안 거친 사람들이 그런 듯 각광 받는다고.

2 Responses

  1. 번사이드 says:

    여기 거품 심한데죠.. 방송에 나와 사부 들먹이는 양반들보단 대관원이 훨씬 성실하고 낫죠.
    요새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한국식중식을 벗어난 중국집들도 여럿 생기는데, 말 그대로 많이 생기기만 할 뿐이더군요. 이태원 타르틴 옆에도 만두와 어향가지 등을 중국집이 생겨 먹어봤더니, 좀 아니다 싶습니다..
    만두집 ‘연밀’도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데, 육즙만두에 중국간장,향내가 많이 나고, 만두 가짓수가 많은 정도입니다. 전 굳이 가서 먹을 필요 없다 생각합니다.

  1. 12/15/2017

    […] 의외로 좀 예외라는 느낌도 들었다. 내는 곳도 별로 없지만 예전에 ‘진가‘의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몽골리안 비프랍시고 ‘쏘야’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