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성하루-지극히 우연한 방문

IMG_0987 상호도 기억나지 않고 블로그에 올릴 생각도 없었는데 며칠 전 아무개님이 가로수길 지나가다가 찍은 사진을 보고 기억나서 올린다. 한마디로 좀 수상쩍은 곳이었다. 비스트로 콘셉트를 내세웠는데 푸팟퐁커리 같은 태국 음식도 메뉴에 버젓이 올라있다. 예감이 불길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아마도 선택권이 있었더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일을 하다가 저녁시간을 놓쳤고 일행도 나도 머릿속에 들어오는 음식점이 없었으며 10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래서 정처없이 헤매다가 못보던 곳이 눈에 들어와 계단을 터덜터덜 걸어 올라갔다.

IMG_0988 복도부터 놓여 있던 화환이나 석유 바탕 건축자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부의 분위기로 보아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어쩌면 들렀던 바로 그 날 개업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손님도 나와 일행이 전부였다. 그래서 일행과 나는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맛이 없다면 진짜 가망성 없지 않겠나?’라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생각보다는 멀쩡했다. 그래도 그냥 음식 같달까. 몽골리안 비프는 의외로 좀 예외라는 느낌도 들었다. 내는 곳도 별로 없지만 예전에 ‘진가‘의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몽골리안 비프랍시고 ‘쏘야’ 같은 양념에 쇠고기를 대강 버무려 내는 괴식도 있는데 매운맛과 후추향이 넉넉히 올라오는, 괜찮은 마른 쇠고기 볶음이었다.

IMG_0986무엇보다 어디에서나 두드러지는 단맛이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큰 의미는 없는 XO소스를 얹은 짜장면이 굉장히 전형적인, 다소 질긴 면 위에 달달한 소스의 조합이었던 것으로 보아 안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청경채 굴소스 볶음도 큰 무리는 없었다. 이날은 그럭저럭 슬프지 않게 먹을 수 있었는데 과연 푸팟퐁커리와 짜장면이 공존하면서 음식의 완성도가 지속 가능할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다. 괴식이 멀쩡한 음식을 압도하는 현실, 괴식이 스스로 괴식인지 의식도 못하는 현실에서 중식당이 푸팟퐁커리 쯤 내놓는다고 문제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게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