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OO양선지해장국-멀쩡한 6,000원짜리 음식
일단 ‘동네 음식점’에 대한 정의부터. 동네 음식점은 그야말로 동네에서 가는 음식점이다. 걸어서, 아니면 대중교통으로 1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가지 않는게 시간과 돈의 경제학을 따져 보았을때 맞는다는 말이다. 예전 동네의 만두집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몇 분이 메일로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았는데, 정말 그 동네에 사는 게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는 정보다. 그렇게 찾아가봐야, 아니 찾아가면 별 맛이 없어질테니까. 물론 나야 취재 차원에서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게 일이 아닌 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 해장국집도 그렇다. 두어 번 가봤는데 이름도 정확하게 기억 못한다. 선유도 근처를 돌아 다니다가 마침 저녁때라, 눈에 띄는 곳들 가운데 들어간 곳이었다. 물론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에 이끌리기는 했다. 당연히 엄청난 건 아니고, 그저 멀쩡한 음식을 내리라는 감 같은 것.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해장국은 MSG님의 힘을 거의 빌지 않아 심심했지만 이름에 붙은 선지와 양은 깔끔했다. 스테로이드 콩나물도 안 쓴다. 밥은 ‘압력솥에 5분이면 한다’며 막 지은 걸 내주고, 양념으로 지나치게 범벅되지 않은 반찬을 사기 접시에 담아 낸다. 해장국을 내온 다음엔 냉장고에서 삶아둔 소면 한 덩이를 꺼내 따로 내놓은 접시에 담아 준다. 그리고 6,000원. 듣기로 당인리발전소 근처에서 삼겹살집을 하다가 망해서 여기에 밥집을 열었다고.
최근엔 정말로 해장을 하러 한 번 갔는데, 모종의 변화가 있었던듯 예전에 비해 국물이 좀 더 두터워졌다(MSG님의 재림?).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덜한 수준. 나는 귀찮아서 잘 담그지 않는 소박이와 총각김치를 내는데, 다 먹으니 더 주려는 걸 ‘아니 이 힘든 걸 담아서 내시냐’며 거절했다. ‘귀찮지 않다, 총각김치가 차라리 귀찮다’고…
서울 한복판에서 6,000원짜리 끼니는 큰 의미가 없다. 그야말로 끼니일 뿐. 그런 가운데 음식을 음식처럼 하는,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는 곳들이 종종 있는데 아마도 지치지만 그만큼 여건 안에서 더 잘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가능한듯. 그것조차도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지만(힘드니까), 이런 곳도 있다. 아, 위치. 선유도 윤가당이 있는 골목 앞의 건널목 건너 원순대국 있는 골목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오래만에 집에 놀러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갈만한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기분 좋게 잘 먹었다~ 싶은 곳.
소위 먹자골목 부근에서 일년 반 정도 살면서, ‘끼니 때우러’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매식하는데…
이런 식당 딱 두 군데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