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만두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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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는 아니어도 아무 것도 만들고 싶지 않을때 쓰레빠 찍찍 끌고 사올 정도로는 가까운 곳의 만두집인데, 3년 동안 살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보다 더 맛없는 집 만두도 종종 사먹었는데. 지난 주말 사다가 먹고는 땅을 치며 나의 미욱함을 한탄했다. 기능적으로 만두를 빚는 곳이야 아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맛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곳은 드물다. 정말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대여섯 개 3,000원에 파는 “서민음식”의 사정상원하는 바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만두는 훌륭하다. 당면과 무우, 양배추 등으로 속의 대부분을 채운 가운데 깍둑썰기한 돼지고기가 한 쪽씩 들어가는 고기만두는 살짝 중화풍인데, 간이 적절하게 되어 있어 간장 없이도 먹을 수 있다(아예 주지 않는다). 김치만두도 파는 것의 전형적인 매운맛을 품은 가운데 간이 적당히 되어 있어 균형이 잘 맞는다. 사실 진짜 놀란 건 흑미 찐빵. 소의 80% 정도가 완전히 거피한 팥인 가운데, 20% 정도를 알이 살아 있는 통팥으로 채워 질감의 대조를 주었다. 지난 번에 단팥빵을 20개 가까이 먹고도 팥소를 제대로 삶았다고 생각할만한 곳이 없었는데 그 전체보다도 더 낫다. 동네에서 파는 만두가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7 Responses

  1. Lori says:

    여기가 어디에요? 글만 읽었는데도 군침이…^^;

  2. 만두라는 음식이 아주 가끔 정말로 먹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음식 종류는 좀 다릅니다만 지지난주부터 그렇게 교자가 땡겨서 직장동료들한테 징징거려 결국 먹으러 다녀왔어요.
    으으 집근처의 만두가게 부럽습니다.

    • bluexmas says:

      저는 하루 세 끼 만두만 먹고도 살 수 있습니다; 더 자주 드세요.

  1. 06/17/2015

    […] 시간과 돈의 경제학을 따져 보았을때 맞는다는 말이다. 예전 동네의 만두집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몇 분이 메일로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았는데,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