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대원옥-문법의 회피와 맛의 회피
오늘 ‘냉면의 품격‘ 실물을 받아 보았다. 서점 구입 및 발송은 하루이틀이 더 걸릴 거라고 들었다. 사실은 모든 원고가 책에 실리지 않았다. 편집부에서 담론의 형성에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으니 빼자는 제안을 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수원의 대원옥이다. 제안을 들었을 때 별로 망설이지 않았는데, 평을 다 써 놓고 나니 결국 이건 평양냉면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소위 ‘계열’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뿌리가 같으면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책에 실린 서른 한 그릇은 조금씩 다르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느슨하게 아우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는 반면 이 냉면은 그렇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동면옥이 ‘평냉의 바닥‘이라면 대원옥은 바로 그 바깥 지점에 놓여 있다. 문법의 회피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닌데 그와 동시에 맛의 회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돈 받고 팔아서는 안 될 음식이라고 본다. 원고 전문을 공개한다.
수원 대원옥
031-255-7493
주중 11:00~16:00
물냉면 10,000원
수원 평양면옥과 채 2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하나의 평양냉면 전문점 대원옥이 있다. 이곳도 평양냉면의 공감대에서 벗어나기는 수원 평양면옥과 마찬가지이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설사 평양냉면이 아니더라도 수원 평양냉면의 한 그릇은 그럭저럭 즐겁게 먹을 수 있지만 대원옥의 한 그릇은 그렇지 않다. 국물은 빙초산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식초가 쏘기만 할 뿐 아무런 맛이나 켜가 없고, 거뭇거뭇한 점이 태운 껍질을 섞어 메밀면을 가장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면은 전분이 강하게 지배해 거의 점액질에 가깝다. 그래서 둘이 한데 어우러지면 보았던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한 논물의 개구리알 같다. 여기에 무관심하고 무신경한 접객이 가세하면 짧지만 오래 가는 여운의 고통이 남는다. ‘50년 전통’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세월동안 존재한 게 신기한 곳이다.
평가
면: 함흥냉면도 아니다 ✩✩✩✩✩
국물: 빙초산의 신맛 ½
고명 / 반찬: 가져왔으니 별 한 개 ★★✩✩✩
접객 / 환경: 무신경함 ½
총평: 고향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½
그릇이 아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