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면옥-‘평냉’의 바닥
금요일 저녁 일곱 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그래도 가게 앞에는 몇 명이 줄을 서 있었다.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려는데 카운터를 보던 여성이 기다리라고 한다. ‘1인에게는 1인 좌석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치자. 그럼 왜 대기를 시작한 시점에서 알려주지 않는 걸까? 누군가는 1인 “지정석”이 따로 나는 시점까지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양보하면서 기다리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만약 한참 기다려서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돌아왔는데 그제서야 또 기다리라고 말한다면 두 배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에 1인석이 아닌 자리가 났는데 홀의 여성 직원이 부르기에 괜찮은 줄 알고 앉았다. 착석을 하고 주문까지 했는데 그제서야 카운터의 여성이 몇 미터 떨어져 앉은 나에게 ‘1인은 1인 좌석이 있다’는 이야기를 또 한다. 그럼 다시 나가서 기다리라는 말인가?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1인분 이상 시킬 것이며 금방 먹고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냉면과 만두를 시켰다.
그리고 이런 음식이 나왔다. 사진을 본 지인의 표현을 빌자면 ‘수돗물에 말아 놓은 듯한’ 형국이다. 그릇의 가장자리에 대강 들러 붙은 면을 보라. 이런 꼴의 음식이 맛있을리 없다. 여기를 들른 앞뒤의 시점으로 나는 의정부 평양면옥과 을지면옥에 갔다. 말하자면 ‘계열’의 뿌리와 가장 큰 가지 둘의 인상을 굉장히 정확하게 비교할 기회를 가진 셈이다.
질긴 면도 그렇고 나는 의정부 계열이 그게 무엇이든 평양냉면의 이상적인 지점을 벗어났으며 가장 많이 임의해석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의정부 평양면옥의 냉면은 완성도가 좋고 특히 국물의 균형이 훌륭하다. 한편 을지면옥은 완성도도 맛도 의정부에서 조금 비껴나갔지만 그래도 준수하다. 하지만 필동면옥은 얼개만 간신히 맞추면서 일부러 다른 지점에 앉혀 놓은 열악한 음식이었다. 맛으로 따지면 을밀대가 좀 더 괴악할 수는 있지만 그쪽은 완성도가 떨어진다기 보다 애초에 대량생산 음식 같은 설정에 충실하게 맞춰 나온 냉면이다.
그렇다고 여건이라도 좋은가? 건물 자체의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카운터의 여성은 그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큰 소리로 지시를 했다. “지정석” 타령과 상관 없이 음식을 즐기기가 힘들 정도의 번잡함이었다. 이모저모 따져보면 필동면옥의 냉면은 진정한 ‘평냉’의 바닥이었다.
얼른 먹고 일어나서 계산을 하며 나는 항의했다. 정말 웬만해서 나는 부당한 서비스 등에 항의하지 않는다. 이 비극 같은 상황도 정말 몇 년에 한 번 벌어지는 일이었다. 심지어 음식에서 머리카락을 비롯한 이물질이 나오는 대참사가 벌어지더라도 직원에게 조용히 따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카운터의 여성은 애초에 내 이야기 같은 건 들을 생각이 없었다. ‘1인은 1인석이 따로 있어서 손님이 “양해”를 해줘야 한다. 여기 손님들이 다 봤다’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양해”를 해 주어야만 하는 1인석이라는 게 과연 많기라도 한가? 카운터 옆 벽을 보는 자리와 계단 밑에 각각 하나씩이 있을 뿐이다. 좋은 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다면 많이 둬서 합석이라도 제안할 수는 없는 걸까?
물론 쭉 먹어왔지만 ‘냉면의 품격‘을 정리하느라 연속적으로 여러 곳의 평양냉면을 먹어보니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였다. 냉면은 너무 맛있는데 서비스가 나빠서 못 갈만한 곳도 없고, 서비스는 좋은데 냉면이 맛없어서 못 갈만한 곳도 없다. 늘 말하지만 그래도 평양냉면은 가장 비싼 한식 일품요리라는 지위를 누리고 가격도 비싸다.
올 여름을 기점으로 인상되었는지, 장충동 평양면옥도 스테인리스 사발에 공동 수저통을 고수하면서 12,000원을 받는다. 서비스도 여건도 한결 좋은 우래옥의 13,000원에 근접했다. 그래도, 정말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선이 있고 그게 다른 한식 음식점보다는 높은 지점에 있는데, 이곳은 아니었다. 나오면서 구글 지도에 딸린 리뷰를 읽어보니 ‘심지어 사람이 없더라도 1인은 1인 좌석에 앉아야만 한다’니, 이것은 ‘양해’라기 보다 ‘강제’가 아닐까? 어떻게 이런 수준의 음식을 내면서 그런 수준의 운영을 할 수가 있을까? 믿을 수가 없다. 인구 천 만도 넘는 세계 몇 대 대도시에서 그나마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계보를 갖춘 음식을 이런 가격에 먹는다면 최소한의 인간 존중 정도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가게 운영 철학이 그렇게 상스러운걸 보니 몇년 내로 문제 생기겠네요.
옛날 에노인분이 카운터에앉아계실땐 그렇지는않았는데~~
요즘은 멀어서잘못가지만필동면옥의오랜 고각으로서안타깝네요~~
그 개념없어보이는여자분을통제할 분이그위에계시다면대책을세우셔야할듯하네요~~
냉면그릇사진을보니 전통은 이어가고있는듯하네요.본래 필동면옥육수는 맹물처럼 맑앟지만 맹물은 아닙니다.탁하지않고 말간육수가 좋아서필동면옥을 가는사람도많습니다.최근에는맛을안봐서 모르긴하지만 수돗물같은육수라는건 좀감정이실린듯합니다.그수돗물같은 육수가 본래 필동면옥의 특징입니다.고기삶은국물같은진한육수가 최악이지요~~
그 카운터맡은 여성분은 아마추측컨데 며느리인듯한데 자기가 앉은자리가 그렇게 간단한자리가아니라는걸 차차 깨달아 내가 사랑했던 필동면옥이 많은사람의 사랑을계속받았으면하는마음입니다. 필동면옥♡해요
제가 갔을때도 그랬지요 4년만에갔는데 그때도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더그래요 제가 데려간 손님의 눈치를 보며 먹었던 기억이..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곳..
운이 좋게도 우수하고 개성 넘치는 냉면 면발이라는 DNA를 물려 받은 가게이지요. 어려운 시절 다 이겨내고 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재투자 혹은 연구개발로 식문화를 발전시킬 생각은 없는 채 노포 혹은 무슨 면파의 계열이라는 완장으로 대충 때우는 이런 곳들은… 재방문 의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