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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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본연의 맛을 즐겨라’, ‘평양 소가 없어서 남한의 평양냉면에서는 옛날 그 맛이 안 난다’ 등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돈다. 가스불로 국물 내고 면 삶는 것도 충분한 진전이 아니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2018년과는 참으로 거리가 멀고도 먼 담론이다. ‘국물 본연의 맛’이라니. 애초에 요리가 조작이고 국물 내기도 조작이며 글루텐이 없는 유사 곡물인 메밀을 갈아 반죽을 만들어 압출로 뽑아 뜨거운 물에 삶아 순간을 포착해 만드는 평양냉면 자체가 난이도 높은 조작에 속한다. 거기에 과연 ‘본연’이라는 말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있단 말인가? 다들 너무 날로 먹으려 든다.

그런 생각에서 ‘냉면의 품격’을 썼다. 평양의 평양냉면이 어떻고, 그에 비해 남한 특히 서울의 평양냉면이 어떻다고 담론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출발점이나 바탕은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설사 누군가는 ‘나의 최애 냉면에 이렇게 박한 점수를 주다니 부들부들’ 같은 반응을 보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일단 서울 경기 지방의 평양냉면 서른 한 그릇에 대해 쓰되 최대한 간략하도록 애썼다. ‘비평적인 시선을 품은 가이드북’이라는 콘셉트 아래, 냉면 먹으러 가는 길에 지참해서 한 사발 비우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다 읽을 수 있을 만큼의 평가를 담았다.

전작이 본의 아니게 500쪽을 넘겼으니, 이번엔 의식적으로 최대한 짧고 가볍게 썼다. ‘한식의 품격‘에서 비평적인 관점은 충분히 정리했으니, ‘냉면의 품격’에서는 개별 냉면의 실제 비평에 초점을 맞췄다. 한편 그와 별개로 일종의 재미를 좇아 압축한 평가를 항목 (면, 국물, 고명과 반찬, 접객과 환경)으로 나누어 곁들였다. 가이드북에 지도가 빠질 수 없으니 없으니 책에 실린 냉면집의 좌표를 한데 정리해 담았다. 한마디로 이것 한 권만 있으면 올 여름 평양냉면 순례는 웬만큼 ‘커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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