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7개월 전의 기억과 소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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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끼의 식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4월 말 경에 먹은 것이다. 따라서 세부사항을 늘어 놓는 평가글을 쓰기에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사실 먹은 직후에도 글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러 의미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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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롯데 호텔의 피에르 가니에르에 간 후, ‘솜씨 없는 복제화‘라고 평했다. 이후 이를 포함, 내가 하는 일의 (거의) 전체에 대한 논박이 들어와서 그에 대한 반박글도 썼다. 그리고 그 직후, 피에르 가니에르로부터 영업 문자를 한 통 받았다. “갈라’ 디너가 있을 예정이라고. 와인 페어링 포함 36만원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바로 전에 먹은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음식을 낼 거라는 생각에, 한 번 더 가보았다. 결과는? 글도 올리지 않았고, 지난 주 창성동(서촌)의 ‘물랑’에 방문할때까지 레스토랑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Pierre Gagnaire à Séoul-Wine Dinner M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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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만든 음식은 아니었다. 여전히 복제화라는 느낌은 들되, 솜씨가 없다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별 재미는 없었다. 그것도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설명이 붙은 코스라 더했다. 그 새로움이 굳이 ‘스파클링 두 종류 이후 굵은 레드’인 와인의 흐름이나 ‘지방 한 켜가 아쉬운데다가 체리든, 피칸이든 좀 더 잘게 썰었어야 할 저온 조리 계란(게다가 그 짝은 카베르네 소비뇽)’, ‘잘 지진 푸아그라를 일부러 덮은 젤리의 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총체적으로 쾌락적인 경험을 얻기 위해 레스토랑이 존재하고, 그를 위해 좋은 재료부터 식기, 서비스 등등의 온갖 요소가 한데 맞물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들어내고 단 하나의 핵심을 꼽으라면 그건 셰프라는 존재의 머리, 즉 이상이나 철학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재미든 감동이든 뭐든 들어 있다.  그러나 서울에선 여전히, 이런 레스토랑에서조차 그런 요소의 흔적을 마주치기가 어렵다. 거기에서 얻은 좌절 또는 실망에 나는 약 7개월 정도 레스토랑에 가지 않았다. 이제 다시 움직이기 전에, 그때의 기록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지난 7개월 동안 의도적으로 레스토랑에 가는 걸 소홀히 했다’라는 말을 뱉는 나의 기분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참담하다는 걸 사족처럼 덧붙인다. 서울은 인구 천 만이 넘는 대도시다. 이런 규모의 도시라면 무엇이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찾아보면 없다. 나는 미슐랭 감독관이나 알란 리치먼이 아니다. 그냥 일개 음식 평론가일 뿐이다. 실망과 좌절은 권력이 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감정이며, 레스토랑에서 찾아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나는 왜 그런 것들만 맛보고 다니는가. 그에 대한 답을 나는 아직도 얻지 못했다.

3 Comments

  • 자거스 says:

    인구 천만의 도시라도… 거의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폭이 좁은 환경이죠.
    어떤 현명한 분에게 줏어들었는데, 사실 상위 연봉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원하는 것 먹기 빠듯한 삶을 살아가죠.. 어느 정도 벌어도 자녀들 교육비.용돈 댄다고 외식씀씀이를 줄이는 아저씨들도 많구요.
    그리고 일단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부족합니다. 어디 근사한 곳이나 교외, 독특한 곳을 찾아 외식문화를 즐길 층이 태부족이죠. 지금 돈줄을 쥐고있는 45~50세 이상 쯤의 세대들 취향이 구닥다리에 고정적인 것도 문제고… 총체적 난국이네요;;
    이러면 뜻있거나 개성적인 가게를 운영할 의지가 있는 업자도 고민하게 되겠죠. 바쁘고 영혼이 날아간듯한 시민들이 이걸 받아들이지 못해 매출부진하다면, 결국 가게를 접거나 ‘대중적인’ 업종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겠구요. 작은 예로 ‘파티스리 미쇼’같은 프랑스지방풍 제과점도 서울에서 버티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 ScrapHeap says:

    블로그 글을 주욱 읽어 봤습니다. 글 말고 블로그 자체에 대해서 좀 제보할 점이 있는데 남길 데가 마땅치 않아 최근 글에 남깁니다.

    1. 시간순으로 볼 방법이 없다: 체계상 대분류가 2개 있고 그 아래 소분류가 있는데, 글을 하나 찍어서 보면 그 다음부터는 같은 소분류에 있는 글로만 이어집니다. 전체 글을 시간순으로 볼 방법이 없음.

    2. 카테고리 문제: 소분류가 없는 글이 FOOD에 3개(http://bluexmas.com/7787 등), OTHERS에 2개(http://bluexmas.com/7771 등) 있습니다. 근데 1. 에서 말씀 드린 문제로 순서대로 보다 보면 소분류 별로 읽게 되어 있어서 소분류가 없는 글은 못 보고 지나갑니다. 블로그 구성이 이렇다면 모든 글에 소분류가 붙어야 합니다. 다시 보니 애초에 실수로 누락하신 거 같기도 한데요…

    3. 카테고리 하나 더: FOOD 아래의 NEWS / MISC, OTHERS 아래의 TRAVEL 소분류는 탑다운 메뉴에 안 나오네요. 소분류 없는 글과 마찬가지로 순서대로 읽다 보면 지나치게 됩니다.

    4. 창 폭에 따라 레이아웃이 바뀌는 반응형 웹으로 되어 있어 본문 폭도 조금씩 바뀌던데, http://bluexmas.com/16937 같은 글에서는 마냥 틀을 뚫고 나가는 줄이 있습니다(===== 부분). 강제 개행을 해 줘야 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안 되면 그냥 ====를 몇 개 지워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5. 반응형 웹이라서 그런 거 같은데 하필이면 아이패드에서 세로로 볼 때 좀 이상하네요. 목록이 두 줄로 뜨다가 한 줄로 뜨다가 하고…

    6. 이 글은 왜 이전 글 / 다음 글 링크가 없죠?; 이 글만 그러네요;

    7. 탑 페이지에서 ‘미분류’ 상태인 글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다른 글의 ‘related’ 에서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음): 추후 하나하나 카테고리 분류를 하실 예정으로 보이지만, 대충 봐도 2500개도 넘게 남아있는 거 같은데 분류하려면 얼마 걸릴지 모르겠네요. 잠정적으로 미분류 카테고리 링크를 FOOD와 OTHERS 옆에 다는 것은 어떨지요.

    8. 옛날 글 링크가 깨졌다(http://bluexmas.com/6740 등):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나 싶어서. ‘미분류’ 말고 카테고리 분류가 된 글 중에도 링크가 잘못된 것이 많길래 말씀드립니다.

    • bluexmas says:

      유지관리에 대한 자세한 말씀 우선 감사드립니다. 대부분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해결했습니다만, 이글루스에서 백업을 막아놓다보니 옮겨오면서 링크, 글의 분류 등등은 수동으로 복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글이 3,000개 가까이 되다보니 하나씩 하는데 시간이 걸리네요. 보시기에 답답하시겠지만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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