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에 대한 단상에 대한 단상

음식평론에 관한 단상

1.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식의 품격’에 대한 리뷰 쓰신 걸 감사히 읽고 덧글이라도 달아 인사드릴까 하다가, 혹 부담스럽게 생각하실까봐 그냥 지나쳤습니다. 몇몇 부분에 대해 오류를 지적해주신 것 또한 감사드립니다. 쇄를 바꿀때는 좀 그렇고, 개정판을 낼 때가 오면 지적하신 부분 재검토해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 파인 다이닝에서 와인 페어링 코스가 ‘필수’냐고요?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맛이나 즐거움의 측면에서 빠지면 경험이 반쪽짜리가 된다고 믿습니다. 또한 와인이 또 하나의 소스 역할을 한다고도 믿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프렌치 런드리 같은 곳처럼 코스가 열 가지를 넘어간다거나 하면 아무리 조금씩 마시더라도 너무 많이 마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전체를 관통하는 술 고르기도 어렵겠죠.

그리고 페어링을 ‘필수’로 정하는 것과 메뉴에 표기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후자를 선호합니다. 추천을 믿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 이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고정 코스가 존재할 수 있는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메뉴는 손님을 주눅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킬 수밖에 없는 음식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선택 가능한 마실 것이라면 단순히 들여다 보는 게 귀찮아서라도 선택하지 않을 손님도 많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그건 손님 개인의 경험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손해로도 돌아갑니다. 메뉴의 음식 소개 밑에 단 한 줄 와인 이름 써놓는 것만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 봅니다. 실제로 많은 레스토랑이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게 레스토랑에서 하기 어려운 일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3. 디저트를 빼고 먹을 수 있는 코스 자체가 문제라고도 봅니다만, 저는 그것마저 빼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생각합니다. 네, 디저트는 어쩌면 전혀 먹을 필요 없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해왔죠. 그리고 서양 요리(savory food)에 미친 영향도 지대합니다. 앙토넹 카렘에서부터 알렉스 스투팩까지, 제가 굳이 예를 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 자체가 디저트의 존재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고 믿습니다. ‘그게 빠지면 안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슬프다는 말씀입니다. 네, 빠져도 됩니다. 하지만 안됩니다.

4. 평론가의 방문 원칙? 저도 알고 있습니다. 복수방문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는 건 음식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뉴욕 타임스 음식면을 거쳐간 담당 기자들의 회고록은 배울점이 많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한결같이 좀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지금 옮기고 있는 책에서 ‘You can’t have a cake and eat it, too’라는 표현을 놓고 고찰을 하는데요, 무리지어 음식 먹는 즐거움과 평가의 고민이 공존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평가자의 병풍 역할만 해 주면야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니까요.

복수방문을 못/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뭉뚱그려서 만약 제가 1)매체에 고정 지면을 가지고 2)취재비조로 단 몇 %라도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아마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전제조건을 말씀드리기 이전에 복수방문을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음식을 많이 맞닥뜨립니다. 제가 왜 완성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합니다. 제가 보는 문제점이 단순 실수이며 다음 번에 가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갑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보다는 깊은 문제라고 보고,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안 갑니다. 그리고 그 깊은 문제는, 제 책에 대한 리뷰를 쓰시면서 ‘다음에는 사회적인 문제도 다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그 사회적인 부분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가지 않습니다. 또한 서울에 갈 레스토랑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안 갈 만큼 또는 그런데고 참고 갈 만큼 없지는 않으며, 제 지갑이 자선사업을 할 만큼 두툼하지도 않습니다.

5. 목란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좋은 재료로 잘 조리했는데 맛이 없다’면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그리고 코스는 왜 존재할까요? ‘겹치는 재료를 이용, 최대한 돈과 힘이 덜 들어가지만 다양해 보이도록 음식을 팔기 위해’ 존재할까요? 아니면 ‘재료, 노동 등 전체에서 준비에 들어가는 수고와 비용을 들여,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내기 위해’ 존재할까요? 답을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만 맥락에서 끄집어 내어 얘기하시는 이유를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6. 제가 먹은 시점에서는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곧 온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고요.

7.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감사드리는 상황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전 포스팅을 보니 셰프에게 편지를 써서 라스트랑스도 다녀오시는 등 좋은 경험을 많이 하시던데요, 그걸 공유해 제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글을 좀 많이 써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글이 올라올때마다 와서 보지만 항상 메모 수준으로만 올려 놓으셔서 정확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라스트랑스에 대한 포스팅도 관심있게 보았습니다만 이해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굳이 저의 글에 대한 글을 이렇게 길게 쓰신데 오히려 놀랐습니다. 저의 글이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의 평가글보다 더 긴 글의 대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아니면, 저의 글이 미슐랭 별 셋 레스토랑보다 글로 묘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더 쉽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저와 제 글이 미슐랭 별 셋의 음식보다 공격하기 쉬운 대상이기 때문입니까? 이도저도 다 아니라면, 님께서 청혼까지 했던 레스토랑 음식을 제가 맛없다고 평가해서 감정이 상하셨습니까? 혹시 그렇다면, 청혼을 위해 준비를 했을 게 뻔한 상황의 음식과, 제가 그냥 어느 날 예약해서 무작위로 먹은 음식이 같을 거라 믿으십니까?

저는 제가 먹고 느끼고 또 아는 대로 글을 쓰지만 완벽하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런 식의 작업을 저 혼자, 그것도 늘 100% 사비로 해야 하는 것 또한 힘에 겹습니다. 보니까 음식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많으시고, 좋은 음식에 대한 시각도 저와 비슷하신 것 같은데, 좋은 음식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시도 차원에서라도 그 경험과 지식을 글로 풀어주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음식을 먹고 글을 쓰는 일은 블라인드 테이스팅-미각의 발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by bluexmas | 2014/03/23 18:23 | Tast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ksammy83 at 2014/03/24 07:20 

“청혼까지 했던 레스토랑 음식을 제가 맛없다고 평가해서 감정이 상하셨습니까?” 라는 표현은 전체 글의 취지를 완전히 흐리는 너무나 감정적인 표현이네요… 이런 식의 대응은 논의 자체를 봉쇄시킬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페어링이니 복수방문이니 하는 등등의 내용 전체에 재가 뿌려진 것 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4/03/24 07:48

지적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경우를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에 묻는 것입니다. 아니라면 저야말로 원글의 지적에 왜 그런 상황을 언급했는지 궁금합니다. 전 딱히 감정적으로 물었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Commented at 2014/03/24 22: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3/24 22:39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3/25 00: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3/25 08:30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3/25 10: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3/25 11:42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deure at 2014/04/01 01:18 

정말로 1번까지 읽었을 때는 저한테 하신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마침 저도 평론 어쩌구 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괜히 찔끔했습니다 ㅡㅡ..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