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버거 안팎의 이야기 2제

1. 소위 말하는 “전문가”라는 부류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눈 하나 꿈쩍 안하고 하는게 이 나라의 현실인데, 전문가를 가장하는 아마추어는 오죽하겠나? “수제버거” 이야기다. 아 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에 걸맞는 가치를 손님한테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버거는 쉽게 보면 한없이 쉽고, 어렵게 보면 또 한없이 어렵다. 패스트푸드의 설정을 그대로 두고 각각의 요소를 고급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쉽고,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잔꾀를 부리기 시작하면 어렵다. 우리가 만나는 수제버거는 대부분 후자다. 이를테면 이태원 자코비 버거의 ‘것 버스터 버거’ 따위. 햄버거를 굳이 서커스나 괴식의 반열에 올려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는 크게 의미가 없다. 대체 얼마나 많은 자칭 “수제버거”가 고기와 빵의 크기도 못 맞추고(조리하면 줄어들 것이므로 패티가 약 10% 크게), 가운데가 볼록 솟아 있으며(역시 같은 이유로 두껍게 빚을 경우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야 한다), 패티 속을 덜 익혀 내는가(고기를 갈 경우 바깥의 박테리아가 안으로 섞여 들어가 열에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수제버거는 버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채 패스트푸드와 구별되는 가치를 제공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으며, 그건 버거의 잘못이지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버거 구성의 본질이 그러하므로 현장에서 만드는 과정은 패스트푸드의 방법론을 따르지만, 그 각각의 구성요소를 갖추는 방법은 한없이 느리게 가져갈 수 있다.

모르면 그냥 좀 닥치고 살자. 그냥 아무거나 되는대로 양념에 버무려 불에 올렸다가 접시에 담으면 그게 음식이냐? 이게 무슨 애들 프라모델 조립도 아니고 사람이 부끄러움을 몰라…

2. 아주 오랜만에 서래마을에 갈 일이 생겨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필 패티에서 가로세로 0.2cm쯤 되는 뼛조각이 나와서, 조용히 불러 이야기-이런 일이 생길때 손님의 대처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게 장사를 망쳐서는 안되니까-했더니 미안하다며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는 것. 물론 그게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맞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자연스럽고 또 ‘아 #발 손해본다’라는 표정 없이 사과하고 돈을 받지 않겠다 이야기하는 경우가 없는지라 오히려 놀랐다. 게다가 문제는 버거였지 감자튀김이나 음료는 아니므로, 그것에 대해서는 돈을 내겠다고 해도 받지 않았다. 결국 의도든 아니든 돈을 내지 않고 먹었으므로 평가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 작년 4월 지금 사는 집에 이사올때의 도배처럼 세 시간 늦게 온데다가 벽지가 다 터졌음에도 ‘제 입장도 이해해달라’며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상황을 너무 많이 겪은지라 이게 오히려 어색할 지경이라 이러한 접근이 굉장히 (그리고 쓸데없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유야 어쨌든 공짜로 음식을 먹게 되는 상황은 절대 반갑지 않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 사실 정확하게 이게 고기에서 나온 뼛조각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정도의 실수라면 인간의 차원에서는 조심하더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은 사실 음식의 수준이 상당 비율 영향을 미친다. 아예 잘 만들 생각이 없어보이는 음식이라면 ‘그러니까 결국 이런 실수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최소한 의지라도 보인다면 엄청난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그럴 수도 있지’라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한마디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전후 맥락에서 갈린다는 것. 돈내고 먹으러 또 갈 생각이다.

 

 by bluexmas | 2014/02/13 12:37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at 2014/02/13 13: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2/15 15:31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2/13 14: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4/02/15 15:35

혹시 같은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몰라 그냥 공개 덧글을 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라모델 자체에 대해 “애들 장난감 혹은 철없는 어른들이나 하는 저급한 취미”라는데 동의하신다고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다른 취미에 밀려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저도 프라모델, 특히 건프라를 아주 좋아합니다. 따라서 그게 애들 장난감이나 철없는 어른들의 저급한 취미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프라모델도 난이도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고, 저는 그냥 생각없이 성인이라면 설명서, 또는 설명서도 필요없이 조립할 수 있는 장난감처럼 조리를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HG나 MG 수준의 프라모델이라면 어른에게도 꽤 난이도가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Commented at 2014/02/17 14:58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2/13 18: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2/15 15:35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2/13 22: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2/15 15:36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4/02/15 00:39 

전 삼성동점에 가봤는데, 패티가 너무 부스러지는 감이 있더군요. 식감이 좀 별로였습니다. 제가 햄버거는 잘 모르지만…하여간 그랬습니다~
 Commented at 2014/02/15 15:36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4/29 21:54 비공개 덧글입니다.

 

 

2 Responses

  1. 재규어 says:

    초특급 공감을 하며 무릎을 탁 치고 글 퍼갑니다!!!!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괴식이 판을 치는 세상!!!

  1. 03/05/2015

    […] 뼛조각이 나오는 바람에 돈을 받지 않았고, 따라서 평가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긴지 1년여만에 다시 서래마을의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를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