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패티의 육즙, 온도, 높이
‘패티에서 뼛조각이 나오는 바람에 돈을 받지 않았고, 따라서 평가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긴지 1년여만에 다시 서래마을의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를 찾았다. 저런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때 나는 이곳 버거 패티의 입자 및 질감과 수분(또는 육즙)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딱히 촉촉하지 않은 고기를 감안할때 수분이 조금 지나치다 싶게 많았던 것. 달리 말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가운데 그 둘이 따로 노는 이유를 헤아리기가 조금 어려웠다. 이번에 다시 먹어보니 패티의 온도와 수분 사이의 관계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크를 구우면, 보통 먹기 전 ‘레스팅’ 단계를 거친다. 물론 고기가 너무 뜨거우면 맛을 모르는 것은 물론 혀나 입천장을 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기를 굽자마자 썰면 육즙이 줄줄 새어나와 고기가 퍽퍽해지는 걸 막기 위한 게 주된 이유다. 이를 두고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굽는 동안 온도 변화에 의해 스테이크의 수분이 고기 표면 쪽으로 몰려 나오기 때문에 바로 썰면 빠져나오는 것이니, 먹기 전 잠시 두면 육즙이 “재분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더니스트 퀴진> 등에서 최근 다른 분석을 내기 시작했다. 온도 변화에 의한 단백질과 수분의 농도 변화가 원인으로, 스테이크의 온도가 내려갈 수록 단백질과 수분이 섞여 점도가 올라가므로 썰어도 육즙이 적게 스며나온다는 것이다.
이번에 먹은 햄버거는 첫 입 베어물자 혀나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수분이 조금 과장을 보태 콸콸 쏟아져 나왔으니, 아무래도 패티를 다 굽자마자 바로 빵에 얹어 내온듯 보였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는 알고 있지만 주문 처리 속도나 주방 공간의 한계 등이 얽혀 레스팅을 시키지 못하고 굽자마자 바로 내는 상황이고, 두 번째는 온도의 세심함이나 그에 따른 육즙의 관계 등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내는 상황이다. 물론 결과가 같다면 후자가 더 나쁜 상황일듯. 감자도 버거만큼 뜨겁게 내온다는 걸 감안하면 나는 후자쪽으로 기운다. 이런 점에 대해서 매장이나 요리사가 생각을 해보았을지 궁금하다. 또한 질감을 감안할때 패티의 지방 함량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좀 덜 부스러지고 더 촉촉할 수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할듯.
한편, 패티의 무게와 단면적 및 부피의 관계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선택 가운데 큰 패티의 무게가 200g인데, 엄밀히 따져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없는 고기를 작고 높게 패티로 빚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버거가 먹기 다소 불편할 정도로 높으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 패티를 좀 더 낮고 넙적하게 빚거나, 아니면 아예 빵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패티의 재료와 무게 등등으로 여러 시도를 해봐서, 간장에 재운 갈비를 갈아 패티를 만든다거나 450g 이상의 거대한 덩어리를 빚어 구워도 봤는데, 갈아낸 고기의 속성이나 굽는 정도 등등을 감안한다면 요즘은 한 덩어리보다 60g 정도의 단위-인앤아웃 등에서 쓰는-로 나눠 빚어 굽는 편이 조리 효율이나 버거 자체의 균형 등에 더 낫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달리 말해 크고 아름다운 덩어리의 패티를 내는 “수제” 버거의 시대는 지나지 않았느냐는 게 나의 생각. 여기에 ‘튜닝의 끝은 순정’을 가져다 붙이면 좀 어색한가?
1. 지난주에 브루클린에서 햄버거를 먹고싶었는데 대신 붓처스컷 강남점에 갔습니다. 예전에 여기서 읽은 글이 생각나서 고기 익힘정도를 직원이 물었을때 ‘미디움으로 해주시고 크러스트 잘 생기게 고기 양쪽을 잘 지져주세요’라고 하니 왠만큼 크러스트가 있게 내놓더라구요. 맛은 제가 스테이크를 첨 먹어봐서 잘 모르지만 괜찮았습니다. 고기도 두꺼웠고 미디움레어에서 미디움정도로 잘 구었더라구요. 근데 일부러 드라이에이징 된 걸 골랐는데 고기맛이 그렇게 까지 숙성된 것 같진 않았더라구요ㅎ;;
담에 브루클린 가기로했는데 버거가 나오면 좀 식히고 먹어야겠네요ㅋ
2. 몇달 전에 새로 옮긴 책이 나오셨네요. 이제야 알았는데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ㅎ 혹시 직접 쓰시는 책은 언제쯤 나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음. 제가 일하던 버거샵에서 쓰던 방식은 초이스급의 척롤을 직접 간 다음, 따로 냉동한 우지방을 갈아서 섞습니다. 그래서 약 7:3정도 비율로 맞춰주는데 ‘콸콸 쏟아지는 육즙’은 아마 따로 추가한 지방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효과를 유도하려고 지방을 넣었던 것이구요. 치즈를 녹일 때 호떡 뚜껑같은 커버를 씌워서 열을 가두어 녹이는데 이때 약간의 수분을 첨가합니다. (써니싸이드업이나, 오코노미야끼를 구울때 처럼요) 이 수분이 흡수된 것일 수 도 있고요.. 버거조인트는 그릴이 아니라 그리들이라고 부르는 철판에 굽기 때문에 그릴에 굽는 버거집보다 수분이 더 많은 것 같단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