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할 노포의 환경 개선 과제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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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도 아니고 다음 달도 다음 주도 아니고 심지어 내일도 아닌 오늘 당장이다. 최근 재개업한 하동관의 상태를 계속 곱씹다가 그런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 노포에게 아량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나는 지금 음식 맛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지금보다 맛이 더 없어져도 좋으니 노포는 지금 당장 문제 및 과제를 인식하고 업장의 환경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꼽아 보니 한두 가지도 아니고 일단 열 가지는 넉넉히 나온다. 물론 생각하면 더 나올 것이지만 일단 이것들부터 살펴보자.

1. 공동 수저통 퇴출: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다는 공감대마저 무너지는 현실에서 위생 상태를 넘어 식품 안전을 보호 받을 수 없는 공동 수저통은 당장 퇴출되어야 한다. 식탁의 붙박이인 수저통은 물론, 그럴싸해 보이는 식탁 밑의 서랍도 없어져야 한다. 수저는 반드시 이용자 수에 맞게 접객원이 적절히 소독 및 건조를 마치고 포장된 것으로 내야 한다.

2. 양념통의 철저한 관리: 따지고 보면 근본적인 문제이다. 왜 양념통이 식탁에 굳이 필요한가? 기호에 맞춰 맛의 세부사항을 조정하는 수준도 아니고, 요리 자체가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수준에 맞춰 양념이 제공된다. 요리의 문법을 도저히 바꿀 수 없다면 양념통만이라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일단 플라스틱은 퇴출되어야 하며, 뚜껑도 반드시 덮어야 한다. 과연 실온에 계속 방치하는 장류가 안전할 수 있을까?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주기와 일자를 라벨프린터 등으로 출력해 붙여 놓을 수도 있다.

3. 물의 ‘낫 셀프’화: 구내식당도 아니고 1인 최소 객단가가 1만원이 넘는 곳이라면 물을 ‘셀프’로 내서는 안된다. 물수건도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주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4. 인간적인 화장실: 정말이지 ‘인간적’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 쪼그려 앉는 변기는 사라져야 하고 세면대도 없이 수도꼭지만 달랑 달아 놓은 곳은 바꿀 때까지 영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제발 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청소도 깨끗해야 자주 해야 한다. 비누는 물론 손 소독제도 갖춰야 한다.

5. 더러운 행주 퇴출: 언제부터 언제까지 썼는지 혹은 말려서 쓰는지조차 알 수 없는 행주는 퇴출되어야 한다. 대강 훔쳐내고 남은 물기는 걷어내지 않는 식탁 정리 방식도 좀 더 엄격해져야 한다. 식탁은 소독제로 닦으며 장갑 착용은 필수여야 한다.

6. 제복 착용: 평상복에 앞치마 수준으로 될 일이 아니다 티셔츠를 맞추든 코스튬을 입든 음식점에서 시각적으로 쉽게 구분이 가능하면서도 일체감을 주는 제복을 착용해야 한다. 부부 둘이 운영하는 밥집 같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특히 남성에게만 제복 착용 규정이 느슨한 노포들의 개선이 필요하다.

7.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주문 및 계산체계: 업장 편하자고 무조건 선불을 요구하거나 카드를 가져가서 결제하는 행위 등은 전부 퇴출되어야 한다.

8. 합리적인 대기 시스템: 7번과 맞물린다. 요즘 생기는 음식점에서는 전화번호 입력 단말기와 전광판 등을 통한 대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무작정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대기 시간도 알려준다. 아크릴 번호표 등을 나눠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들도 위생을 보장 받을 수 없으니 그만 써야 한다. 은행 등에서 쓰는 번호표 발급기 수준도 못 갖춘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한편 많은 노포들이 오래된 공간에서 오래 영업해 불가능하다고 핑계를 대겠지만 대기 환경 자체도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

9. 최소한의 접객: 더 말 할 건덕지가 있나?

10. 최소한의 상도덕이 뒷받침하는 ‘사고’ 처리: 냉면을 먹다가 머리카락이 나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부분의 노포는 이런 상황에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멘탈’을 너무 투명하게 드러내니 최소한의 상도덕도 못 갖췄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명백한 업장의 잘못이라면 책임을 져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을 메뉴얼로 갖춰 놓아야 한다.

‘오늘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내놓고 바꾸는 곳이 생길까? 음식 맛을 개선하자는 이야기도 아닌데 이런 수준조차 기대할 수 없을까? 나는 대부분의 노포가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어렵게 장사했으니 손에 쥔 것 터럭 만큼도 내놓고 싶지 않다’의 멘탈리티가 너무나도 싫다. 과연 그것이 일반적인 음식의 세계에서, 더 나아가 그런 명성과 인지도와 딸려오는 객단가를 누리는 음식에 맞는 것일까?

1 Response

  1. 03/25/2019

    […] 전혀 없는지라 대기자들이 계단에 죽 늘어서 있어야 되는데, 이런 경우도 지난 주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바일 대기 시스템 같은 걸 쓰면 훨씬 나아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