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 이후의 대관원-동네 중국집의 종말

IMG_1665 나름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근 1년 만에 간 강구막회에서 대관원이 수요미식회에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하필 촬영 중이었다. 그리고 DSLR을 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또 우루루 빠져나오는 가운데 몇 번은 갔다가 그냥 오고 또 몇 번은 좀 기다려서 이것저것 먹었다. 그나마 정말 동네에 있는 음식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기 말이다. 그리고 지난 주에 한 번 더 갔는데, 대기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먹고 나오며 이제 동네 중국집으로 대관원이라는 곳을 마음 속에서 지워버릴 때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위 ‘맛집 프로그램’에 나오는 음식점은 비슷한 운명을 겪는다. 출연진이 들렀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이미 촬영 전에 평소와 다른 고객층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방송에 나온다-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방송에 등장한 메뉴 위주로 먹는다-소위 ‘단골’의 방문이 그와 맞물려 뜸해진다-결국 객단가가 떨어진다-몰려드는 인파에 맞춰 조리나 접객 인력을 보충한다. 방문 고객 수는 늘 수 있지만 순수입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는지는 미지수고, 그와 별개로 핵심 인력은 닳는다.

IMG_1666 방송 이후 몇 번 먹어본 바, 대관원의 음식 수준이 심하게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열등한 쪽으로의 변화는 굉장히 감지하기 쉬웠다. 일단 조미료가 예전보다 확실히 두드러지는데, 이것이 평균 연령 70세인 요리인력의 추가 피로 탓인지 아니면 방송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의도적인 조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보충된 요리사의 손길 탓일 수도 있다. 하여간 그냥 지나치기에 두드러지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그와 별개로 장육 같은 음식은 부위가 바뀌거나 말지 않는 등, 세심함이 잦아들었다. 물론 양도 확실히 줄었다. 만두는 이제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대기 공간에서 누군가 열심히 먹는 (혹은 인증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기다려야 한다. 개인에게 할당된 공간이 좁지는 않지만 그 사이로 예전보다 두세 명은 많은 접객 인력이 오가며 복잡하다. 복잡하지 않은 동선이지만 사람이 필요이상으로 많이 들어차 있으므로 움직임은 꼬이고 정리가 잘 되어 번잡스럽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이 많으니 실내 공기도 탁하다. 경험은 즐거울 수 없어진다.

IMG_1667이 모든 것은 사실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계산하고 나오며 스쳐 지나가는 말로 사장님의 안부를 물었다. 보이지 않기에 주방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건강이 나빠져서 입퇴원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방송 출연 이후의 일이다. ‘어, 여기 수요 미식회 나온 집이라고 해서 한 번 와봤어.’ 대기공간의 적당한 북새통을 뚫고 나오는데 통화하는 남자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심경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음식 대체 뭘까. 맛집은 또 대체 뭘까. 우리는 정말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음식을 안다는 권위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 빌어먹을 문화에 나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어느 물음에 얼마 만큼의 답을 얻든, 그와 상관 없이 어떤 때는 확실히 찾아온 것 같다. 언제나 찾아가고 돈을 내고 음식을 먹는다고 언제나 좋은 손님이 되는 건 아니다. 그 반대가 때로 더 도움될 수도 있다. 어떤 손님이 되기를 원하는가?

4 Responses

  1. Yunho Choi says:

    집근처라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족들은 역시 근처에 있는 강남을 선호하는지라 계속 미루었는데 이렇게 됐네요.
    그래도 두어달 지나고 손님들 좀 빠지면 이번엔 꼭 방문해 봐야겠어요

    • bluexmas says:

      지금도 대기가 엄청나게 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 Yunho Choi says:

        20일에 방문했는데 주말이라 멀리서도 찾아온 손님이 많은지 대기가 꽤 있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거리로 평하신게 딱 적절하더군요, 30분까지는 괜찮고 그 이상이면 애매해지는.
        장육과 류산슬이 맛있었고 부추잡채는 볶음밥과 함께 먹으니 괜찮았습니다.
        일행이 시킨 난자완스와 깐풍기는 그닥이었고 탕수육은 하향평준화된 걸 감안하면 먹을만 했습니다.

  1. 01/18/2018

    […] 대관원에 대한 글을 써 올리고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 글을 ‘니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