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매니멀 스모크하우스-의도적인 다운그레이드?

IMG_7450지난 여름 라이너스 바비큐 등과 올리브 매거진에서 묶어 리뷰한 뒤 처음 매니멀에 가보았다. 이미 만원이고 앱을 이용해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차례가 돌아왔을 때 자동으로 문자 연락이 가는 시스템 도입이나 좁은 가운데 탁자에 걸어 둔 외투 및 소지품 보관용 가방… 같은 것들은 참 좋았으나 음식의 질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떨어졌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의도적인 다운그레이드’라는 인상.

과연 진짜 의도적이라 보느냐, 어떤 측면이 그런 인상을 주느냐 등등 의구심은 얼마든지 품을 수 있다. 맛없음에 대해 길게 말하고 싶지 않은데 조리가 끝나고 음식으로 화하는 과정에서 주문의 적체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앞 단계부터 ‘지금 A를 이렇게 하면 마지막엔 B-부정적인-라는 결과가 나오겠지’라는 걸 알면서 조리해 나온 결과물은 사뭇 다르다. 이날 매니멀의 음식은 빠짐없이 후자였다.

애초에 나는 이들의 고기가 정녕 집에서 오븐 등을 통해 모사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진짜 ‘바비큐’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느껴왔다. 양대 고기라 할 수 있는 브리스켓과 풀드 포크 모두 썩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그다지 ‘스모키’하지 않을 뿐더러, 훈연향의 중심이 적신 것을 태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냄새다.

물론 나무를 적셔 태울 수는 있다. 그럴 경우 ‘칩’ 등의, 향을 위한 목적으로만 쓰인다. 나무가 장작, 즉 덩어리로 천천히 타며 연료 및 열에너지원의 역할을 하면서 향을 부산물로 불어 넣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물론 진짜 바비큐라면 후자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수준의 바비큐를 기대해야 합당할까? 가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가득 메운 손님의 선택에 미치는 의식이 만나는 어느 지점일 것이다. 대체로 1인당 기본 3만원 이상이 들고, 그만하면 사람들은 비교적 고급 외식을 한다는 의식으로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럼 이보다 나아야 한다.

고기가 아주 훌륭하다고 볼 수 없었지만 빵을 비롯한 사이드 메뉴가 비교적 탄탄하고 맛이 잘 정돈되어 있어 일정 수준 상쇄했는데, 모두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빵의 수준 하락은 눈으로 확인하기가 너무 쉬울 정도. 모터 시티의 피자도 그다지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대로 (의도적인) 하락세를 걷는 걸까. 꾸준함은 한국에서 기대하기 너무 어려운 덕목인가?

1 Response

  1. Keris says:

    블마님 기사 보고 작년 9월에 갔었는데 그 때도 맛 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