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모터 시티-파악하기 어려운 불균형

img_5580라이너스 바비큐와 묶어 리뷰도 했듯(올리브 매거진 8월호), 매니멀의 음식을 좋아한다. 길 건너에 디트로이트식 피자를 표방하는 ‘모터 시티’를 열었다기에 가보았는데, 먹는 게 썩 즐겁지 않았다.

일단 닭날개 튀김(파르메지아노 치즈와 파슬리/레몬 페퍼 글레이즈, 11,000원)은 확실히 실패였다. 얇다고는 할 수 없는 튀김옷에 글레이즈를 바르고 치즈를 뿌려 마무리했는데 겉의 질감이 끈끈하고 누글누글했다. 풀을 발라 눅눅해졌달까. 튀기자마자 표면의 수분을 말리거나 걷어낼 틈새 없이 글레이즈를 바른 건지(시간차 없음), 튀긴 다음 틈새를 너무 둔 다음 글레이즈를 바른 건지(시간차 많음) 분간이 어려웠지만 다소 괴기하고 불쾌한 식감이었다. 날개는 살이 별로 없는 부위고 한국의 닭은 그 가운데도 더 살이 없다. 바싹 튀기면 그야말로 탄수화물 덩어리에 근접하게 되는데 표면이 끈적거린다면 먹기가 어렵다.

img_5582같은 수준의 실패는 아니었지만, 피자(더 루즈 The Rouge, 치즈 블렌다, 살라미, 이탈리안 소시지, 버섯, 오레가노, 으깬 레드페퍼, 하우스 레드 소스) 또한 먹기가 어려웠다. 먹는 내내 불균형을 느꼈는데 정확한 요소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하루 동안 계속 복기했는데, 모든 요소가 공평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살라미와 이탈리안 소시지를 필두로 으깬 레드페퍼가 가세하니 매운맛이 두드러진다. 소스는 신맛이 강하면서도 뜨겁다. 한편 도우는 가벼운데 감칠맛은 떨어지고 가장자리는 날카로울 정도로 바삭하다. 한데 어우러지면 먹기가 힘들어진다.

과연 이는 설계의 문제인가. 또한 계속 복기했는데 아니라는 쪽으로 기운다. 일부 영향은 미칠 수 있지만 그보다 실행 즉 조리의 문제 같다. 아니, 아주 단순하게는 구운 다음 식탁에 내오는 사이의 타이밍 조절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야말로 ‘케바케’일 수 있지만 도우가 두껍고 토핑이 많은 피자라면 다 구운 뒤 잠시(최대 5분) 두었다가 내는 쪽이 바람직하다. 온도가 살짝 내려가면서 모든 요소가 한데 잘 어우러진다. 온도 저하의 폭도 크지 않다.

마르게리타 같은 피자처럼 도우도 얇고 토핑도 많지 않은 피자라면 10분 안에 낼 수 있지만, 이런 종류라면 분명 15분 이상 걸릴 것이다. 시간을 재보지 않았지만 모터 시티에서는 30분 가량 걸렸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 ‘레스팅’도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하지만 맛이 촘촘하게 들어찬 매니멀의 디저트를 좋아하는지라 이곳의 디저트(부디노)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피자를 힘들여 먹다가 지쳐서 그냥 나왔다. 식탁에 오른 다음엔 분명 먹는 이의 몫이지만 그 전 단계까지의 요소는 만드는 이의 몫이다. 22,000원짜리 피자라면 좀 더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사족: 이런 종류든 배달 음식이든, 피자라는 음식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어 있는 건 아닐까. 요 몇 년 동안 사먹은 피자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홍대 삼거리의 몬스터 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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