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애플파이 “예송논쟁” (1)
찾아먹자마자 그 주말에 맥도날드 애플파이를 놓고 트위터에서 결코 미약하다고 폄하할 수 없는 불길이 일었다. 검색 등등이야 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얼마나 더 행복해지려고 내 이름으로 검색을 하겠나), 일정 수준 땔감을 제공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정리해 글을 올리려 했으나 다른 일들이 쏟아지며 이제서야 짬이 생겼다.
무엇보다 음식부터 살펴 보는게 순서다. 맥도날드의 애플파이 말이다. 어떤 음식인지 모를 수가 없지만, 기억을 떠올려 보니 의외로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았다. 안 먹은지 너무 오래 됐나. 어쨌든 1,000원이라는 가격이 평가의 기준을 너무 확고하게 깔아준다. 요즘 세상에 천 원으로 뭔가 사기가 쉬운가. 따라서 거부감 없이 넘길 수만 없다면 그럭저럭 땡큐다.
애플파이라 불리지만 사실 튀김만두 (Fried Dumpling)인데 거부감 없이 넘길 수 있는 수준은 충분히 넘어선다. 물론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대개 과일을 채워 넣었다는 파이류 대량생산 음식은 겉, 즉 껍데기보다 소가 맛없을 확률이 높다. 대체로 질감이 불쾌하다. 재료를 너무 많이 쓰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 등등으로 묽은 가운데 균형을 잡기 위해 전분류를 쓴다. 이 전분이 호화된 질감, 즉 풀의 느낌이 좀 강하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1,000원이고, 또한 애플파이가 블루베리파이보다는 그래도 낫다. 후자는 그 풀이 익힌 블루베리 생과-즉 껍질과 과육의 느낌이 다른-의 질감 가운데에 파고 들어 좀 더 괴기하다. 하지만 둘 다 먹을 수 있고, 특히 껍질은 그만하면 훌륭하니 소와 균형을 잡아가며 먹으면 된다. 따라서 난 좀 식은 다음에 먹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파이”에 굳이 시나몬(또는 계피)의 향을 첨가해야만 하는가. 트위터에서 불길이 일었던 이유다. 그렇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애플파이의 시나몬이 소위 “취향”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논쟁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레시피 사례 분석일 수 있다. 구글 검색이든 유료 콘텐츠든 레시피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시나몬이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는 경우의 수를 따져본다. 얼핏 괜찮을 것 같지만 일단 레시피의 수는 끝이 없고 결국은 다수결 투표와 같아질 확률도 높다. 아니면 같은 방법을 좀 더 학구적으로 다듬을 수도 있다. 결국 맥도날드에서 만들었으니 미국식으로 한정하면 17세기쯤 부터 기록에 남은 대표 레시피를 문헌에서 찾아 정리해본다.
그도 아니라면 음식을 이루는 논리를 헤아려 보는 방법도 있다. 나는 이쪽이 훨씬 편하다. 일종의 삼사단 논리 정도 된다. 일단 후각적 요소는 음식의 경험을 다채롭게 만든다. 흔히 ‘맛 경험의 85%가 후각’이라고 한다. 허브나 스파이스가 방점을 찍는 요소로 핵심인 이유다. 대체로 한국에서 음식의 취향-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사실은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가 높은 확률로 냄새고, 원인이 허브나 스파이스 계열인 이유도 같다. 낯설은데 강하면 어색할 수 있다.
어쨌든 그래서 음식에 허브와 향신료가 개입한다. 애플파이가 속하는 페이스트리류도 예외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지용성인 스파이스가 밀가루, 설탕과 더불어 삼대 주재료인 버터와 만나 물씬 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비단 시나몬 뿐만 아니라 올스파이스나 너트메그 같은 종류도 그야말로 취향에 따라 가세할 수 있다. 뚜껑을 덮는 형식을 기본으로 삼는 애플 파이라면 대체로 아랫껍데기에 사과를 채우고 윗껍데기를 덮기 전에 버터를 점점이 올린다. 녹아 질감-맛-향 모두를 증폭시키라는 조치다. 한편 더 크게 보자면 바닐라가 기본처럼 개입하는 게 디저트의 세계 아닌가.
마지막으로 재료의 성질과 스파이스의 궁합이다. 사계절 먹을 수 있는 시대지만 사과는 기본적으로 차가운 계절의 과일이다. 따라서 따뜻한 계열의 향신료가 “계절감”과 더불어 잘 어울린다. 차가운 계열 향신료와 어울리지 못할 건 없겠지만, 애플파이라는 음식의 경우라면 따뜻한 계열이 제짝이다.
(2편에서 계속)
넛멕 카르다몸 클로브 다 괜찮은데 시나먼만은 못 참겠어요…ㅠㅠ
그럼 어쩔 수 없죠 ㅠ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애플파이에 시나몬은 당연히 디폴트 아닌가요!!! ㅋㅋ
일단 가격이 가격인지라… 개인적으로 애플파이는 추억의 맛(?) 느낌으로 먹을 수 있더라구요. 블루베리 파이는 무슨 감기약 맛이 나서 도저히…
전 시나몬을 싫어하는데(카푸치노 위에 뿌리는 것조차도요), 희한하게도 애플파이에 들어가는 건 좋아합니다.
계피도 뭔가 뜨끈한 느낌의 향신료여서 추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재료 같고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