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애플파이 “예송 논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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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애플파이 “예송 논쟁” (1)

괜히 둘로 나눠 쓰겠다고 결정했다가 후회했다. 쉽사리 두 번째 편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이 있었다. 모종의 일-때가 되면 밝힐-로 출판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외식의 품격>을 읽으려 시도했는데 ‘음식도 배워서 먹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했노라는 소감을 들었다. 바로 이 애플파이에 대해 처음 생각을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 말을 한참 동안 곱씹었다. 처음에는 불쾌 또는 무례함을 느꼈다. 필자인 나에게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계속 곱씹으니 그마저 사라지고 허탈함만이 남았다. 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게, 음식을 정말 배워서 먹어야만 하는 걸까?

따지고 보면 맥도날드 사과파이의 시나몬을 둘러싼 논쟁도 결국 같은 문제다. 바로 전 글에서 설명한 몇 가지의 이치를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파이 또는 시나몬 자체를 싫어하는 상황과, 시나몬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애플 파이에 지배적으로 쓰는 향신료임을 모르는 상황은 별개다. 전자는 그것이 음식 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임을 인정 및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고 더 큰 적개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트위터에서 이 논쟁이 불거져 나온 최초의 트윗이 어떤 감정을 드러냈는가 생각해 보라.

한편, 이러한 사례를 통해 과연 취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맥도날드 애플파이에서 시나몬이란 호불호의 리트머스 같은 요소였다. 그렇다면 과연 호불호 자체를 취향과 동일시 할 수 있을까? 사전적 지식의 영향이 없는 상태에서 애플 파이에 시나몬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 상태에 대한 가치판만한 하는 상황을 과연 취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취향은 축적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습과 시행착오가 필수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호불호가 곧 취향의 발현과 같다고 여기기가 어렵다. 크게 놓고 애플파이에 대한 취향을 논하려면 열리고 닫힌 크러스트, 버터와 쇼트닝의 차이, 사과의 품종이나 향신료의 분류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야 한다. 우리에겐 그런 취향의 논쟁이 존재하지 않고, 그 자체가 음식 문화의 열악함을 시사한다.

또한 취향과 혼동하는 호불호가 소비자가 비교적 쉽게 휘두를 수 있는 ‘컴플레인’의 도구로 활용되는 현상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내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마인드 말이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지만 맥도날드는 쉽고 빠르게 낼 수 있는 방식에 맞춰 음식의 경험을 모사한다. 애플파이 혹은 튀김 만두 또한 같은 맥락에서 만들었을 테고, 그 과정에서 다수에 의해 음식의 핵심 특성이라 인지되는 시나몬(또는 기타 향신료)를 첨가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알러지 등 예고 없이 섭취했을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소비자는 시나몬의 존재에 불편함을 표시할 권리는 있을지언정, 통보의 부재를 놓고 맥도날드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소위 ‘나는 몰랐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마인드다. 어떻게 개선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학습이다. 맞다, 음식도 배워서 먹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낀다면, 이미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음식 관련 지식을 생각해보라. 역사, 특히 문화사 위주의 책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매체의 음식 관련 기사도 대부분 그쪽 시각에서 접근한다. 너무 많고 차마 링크조차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 우리는 이미 음식을 학습한다.

그런 “지식”과 <외식의 품격> 같은 책이 담고 있는 지식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왜 우리는 마치 교과서의 연보를 외우듯 모든 지식을 습득하려 들고, 일차로 소화된 지식만을 찾고 있을까.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실무자들은 공통적으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응용하려는 시도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경향 속에 패턴이 있다.

1 Comment

  • Jediwoon says:

    전 ‘외식의 품격’을 읽고 우리나라 외식 문화의 현주소가 떠올랐지만…..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지요.
    한국에 유독 많은 원조집들이 한국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외식을 하고 외식의 기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알고 먹는거와 모르고 먹는 것의 차이가 크고 제대로 된 맛을 느끼는것과 단순히 배만 채우는건 차이가 큰데 유독 음식에 관해서는 습관, 혹은 관습을 따르는 경향이 아직까지 강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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