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진짬뽕-국물의 단맛, 면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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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라면 리뷰를 해보자. 오뚜기 진짬뽕이다. 세 가지 이유 때문에 하고 싶어졌다. 첫째, 어딘가에서 이 라면이 맛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둘째, 그 이야기를 듣고 별 생각 없이 찾아 나섰는데 없었다. 반경 1km내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뒤졌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결국 집에서 좀 떨어진 편의점에서 찾아냈는데 한 봉 1,500원. 말하자면 비싼 라면이다. 먹고 글 써볼만하다. 셋째, 오늘도 그렇고 요즘 날씨에 짬뽕-인스턴트든 아니든-은 참으로 어울리는 음식이다.

한 입 먹는 순간 가장 압도적인 요소는 국물의 단맛이다.  꽤 달다. 의도가 무엇일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오뚜기의 식품은 전 제품에 결쳐 비슷한 맛을 지니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 확립 전략의 일환이라고 알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단맛이다. 전반적으로 다 조금씩 달다. 이 국물의 단맛도 예외가 아니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약 40%를 빌어온 느낌. 나머지는 진짜 짬뽕의 채소와 해물 볶은 단맛을 모사한 것. 이걸 또 굳이 구분하자면 해물보다 채소쪽으로 기운다. 하여간 이 둘이 만나 나오는 단맛 덕분에 처음 몇 입은 ‘오, 좋군?!’이라는 직관적 반응이 나오지만 단맛의 특성이 그렇듯 꽤 빨리 물린다. 언제나 말하지만 어떤 음식이든 계속 먹게 해주는 맛은 짠맛과 신맛이지, 단맛이 아니다.

다음은 면. 요즘은 굵고 납작한 면이, 특히 중식 면류를 모사한 제품군에서 유행인 것 같은데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 단면 형태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일단 모사의 대상인 중식 면류 가운데 단면이 직사각형인 것이 존재하는가? 없다(유일하게 예외라고 생각나는 것이 서울 시내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곳-전체 식종을 통틀어-이라고 생각하는 경발원의 짬뽕. 그러나 정확한 의도의 결과인지도 모르겠고). 중식당의 면은 대부분 원형이다. 이런 단면은 정사각형의 면과 더불어 조리가 이상적으로 될 경우, 미약하나마 질감의 변화를 선사한다. 하지만 칼국수, 또는 페투치니에 가깝도록 넙적한 면은 단면이랄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음식 전체의 질감이 질척하고 느글거리는데 일조한다. 거기에 단맛까지 두드러지는 게 요즘 유행하는 음식 전체의 경험이고, 대표적인 음식이 짜왕이다.

언제나 말해왔듯 라면은 모사의 음식이라 생각하는 터라, ‘깊이’ 같은 가치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 단계 더 나아가 모사한 정도나 그를 위해 쓰는 전략을 따져볼 수는 있다. 오뚜기-라면의 단맛 자체를 부정적이라 여기지는 않는다. 요즘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단맛이 잘 묻어나는 참깨라면이나 진라면 순한맛은 좋아한다. 하지만 진짬뽕의 단맛은 성공적이라 보지 않는다. 그래서 결론: 시도는 높이 사지만 짬뽕라면을 먹고 싶을때 또 선택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9 Responses

  1. 옵하 says:

    이 제품 사놓고 아직 먹어보지 않았는데 단맛이 강한가 보네요? 어떤 사람은 불맛이 있어서 좋다고 하던데,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넓적한 면은 중식과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어요. 안 그래도 기름진데 그게 두 배가 되는 것 같고 뭔가 질감도 텁텁해지구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bluexmas says:

      그 불맛이라고 하는 것이 단맛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2. 민지사랑 says:

    저는 두봉지까지는 맛있게 먹었는데 세봉지 째부터 전혀 손이 안가더군요. 남은 진짬뽕은 진짜 억지로 먹었습니다…ㅡㅜ
    왠만해서 다시는 안 사먹을 듯…

  3. 민신기 says:

    오뚜기에 원한 품은 사람인가..?
    정말이지….이사람의 꼬꼬면 평이 어땠을까 보고싶군~~

    • 망상가 says:

      오뚜기 참깨라면이랑 진라면 순한맛은 좋아한다고 써있네요. 원한 품고도 좋아할 정도면 어지간히 맛있는듯.

      그리고 팔도에서 나온 꼬꼬면 리뷰는 위에 관련글 첫번째로 떠있습니다. 기대하신대로 폭격을 가하는 글이니 찾으실 수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 bluexmas says:

      글 좀 읽으세요.

  4. eoskan says:

    짜왕도 맛이 없더라고요. 달기만 하지 맛이 평평하고 변주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꺼져서요. 치장은 했지만 개성은 없는 사람처럼요. 짜파게티가 훨씬 낫다 생각했는데 인기가 많은 걸 보니 신기했어요. 회사에서는 다분히 의도한 맛일텐데 제 입맛은 요즘 추세와는 맞지 않는걸로 일단 결론을 내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