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공트랑 쉐리에-원래 탱자였을 것 같은 탱자

 

IMG_5066

해외 브랜드는 대체 왜 들여오는 걸까. 들여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저런 장점은 전혀 없고 남은 게 이름과 가격표라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서래마을에 들어온 다음 파르나스 몰에도 매장을 냈다는 공트랑 쉐리에를 보는 느낌도 그렇다. 정기적으로 서래마을에 갈 일이 있어서, 이 빵집이 공사를 시작해 성업중인 현재까지를 쭉 지켜보았다. 웬만하면 새로 문을 여는 사업체에는 ‘개업발’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애초에 딱히 그렇다고 할 만한 것을 못 읽었다. 뭔가 남의 나라, 그것도 빵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나름 일을 했다는 파티셰의 브랜드가 처음 들어오는데 정말 너무 평범하달까. 에릭 케제르도 처음 들어왔을땐 그렇지 않았다. ‘대체 왜 들여온 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나마도 지나고 난 요즘은 더 묘하다. 빵은 물론 케이크까지, 엄청나게 많은 무엇인가가 있는데 전부 너무 처량하고 불쌍해보인다. 흔히 영어로는 ‘sloppy’하다고 말하는 상태. 뭐 “윈도우 베이커리” 아닌가? 창 너머로 보이는 빵 가운데 어느 것도 딱히 사고 싶지 않으면 대체 창문은 왜 그렇게 훤히 보이게 뚫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기본빵 몇 가지를 여러 번 사먹어보았다. 최소한의 재료로 만드는 것들. 통밀빵이나 캉파뉴 같은 것들은 정말 최대한 좋게 봐줘서 평범하다. 먹을만하지만 굳이 이곳에서 이 브랜드의 이름으로 사먹어야 할 만큼 잘 만들었거나 깊은 맛이 있지 않다. 그나마 그것도 별 탈 없이 만들었을때 가까스로 평범한 수준이다. 사진을 보라. 호밀 미소 빵(7,000원)인데, 내부가 저렇다. 저건 정확하게 수분 비율이 높은 반죽을 발효시켰을때 생기는 불규칙한 기공(open crumb)이 아니다. 호밀가루의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맛을 두드러지게 낼 정도-로 쓰면 어차피 큰 기공은 생기지 않는다. 이건 원래 촘촘하고 규칙적인 기공이 나와야할 반죽의 성형을 잘못해서 2차 발효하면서 내부가 망가진 것이다. 반죽에 균일하게 힘을 줘서 모양을 잡아 여미지 않으면 부풀어 오르면서 취약한 부분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다. 이 정도라면 상품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판다. 만드는 사람도 몰랐거나 별 생각이 없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나같은 아마추어가 집에서 빵을 구울때 흔히 보는 문제를 왜 프로가 구워 파는 빵집에서도 보아야 하는가.

유명하시다고 하는 이 파티쉐는 이미 싱가폴과 일본에 매장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이미 그는 바다를 건너기 전부터 짐에 탱자를 꾸려 놓은 것이 아닐까. 귤이었던 것도 탱자가 되는 토양인데, 원래 탱자인 것을 심었으니 더욱 더 탱자탱자 잘 자라 훌륭한 탱자가 된 건 아닐까. 그렇다면 대체 탱자를 왜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것일까. 일주일에도 몇 번씩 그 훤히 뚫린 창문 너머 가득한 탱자를 보면서 의구심을 품는다. 프랑스에서 건너와도 굳이 단팥빵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훌륭한 현실이니 차라리 애초에 탱자였던게 더 나은 건가?

 

8 Responses

  1. ee says:

    미어터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겨우 몇 개 골라서 먹어봤는데, 참… 입에 넣을 때 이미 직관적으로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들던데, 이 사람들은 그런 걸 못 느끼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맛보다는 힙해보이는 게 더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착찹하더군요.

    • bluexmas says:

      일단 눈으로 봐도 너무 맛이 없어 보입니다.

  2. open.net says:

    그런데, CJ나 SPC 그룹의 그것들보다는 빵에 가까우니까 동네 사람들이라면 그냥 사먹을 수준은 되는거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아쉽지만 이보다 나은 빵집이 몇개나 있나 싶기도 하구요.

    • bluexmas says:

      그 수준 아닙니다. 바로 아래 있는 그 동네 파리크라상보다 빵 못 만든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그보다 나은 빵집 많습니다. 그만큼 형편없어요.

  3. Nan says:

    다른 빵은 모르겠지만, 크루아상은 그나마 여기가 가장 나아서 종종 들르게 되더군요.

    • bluexmas says:

      전 좀 더 색이 나게 구웠으면 좋겠더라고요.

  4. 지나가던 이 says:

    일본 후쿠오카에 공트랑 쉐리에 빵을 맛있게 사먹고 있어서 한국에 있는 걸 알고 반가워했는데 맛이 없나 보네요 ㅠ.ㅠ 일본 공트랑 쉐리에 빵은 맛있던데…

  1. 09/21/2015

    […] 덜 익은 걸 먹으면 소화가 안 될 수 밖에 없다. 처음 문 열었을 때에도 먹고 글을 쓴 적 있는데, 지금은 이보다 확실히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