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공트랑 쉐리에-먹을 수 없는 브리오슈와 브랜드의 가치

IMG_8163 정말 완전한 우연이었다. 두 달쯤 전인가, 토요일 아침 시간이 남아서 서래마을 스타벅스에 앉아 있다가 공트랑 셰리에를 발견한 것. 정기 방문이었으리라. 베이글 먹는 그를 보며 ‘과연 저걸 먹고 싶을까’라고 의문을 품었다. 하다못해 건너편의 파리 바게트 빵(윗쪽의 크라상 말고)이라면, 설사 더 수준이 낮을지언정 이해할 수 있다. 뭐 나름 경쟁업체 실태 파악 정도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스타벅스라… ‘하하 자기네 물건보다 맛없는 걸 굳이 한국까지 와서 먹어야 되나?’라고 마냥 웃어 넘기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공트랑 셰리에의 빵이 너무 맛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빵이 완전히 똑 떨어져서 이것저것 샀는데, 브리오슈(왼쪽 위)가 아예 완전히 익지 않아 날것의 냄새를 확실히 풍겼다. 먹을 수가 없었다. 맛이 있고 없는 것과 아예 먹을 수 없는 것과는 별개다. 후자라면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입에 넣을 수가 없다. 발효가 덜 되었거나 덜 구웠거나, 덜 익은 냄새를 풍기는 빵을 사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로 위의 파리크라상 바게트도 최근에 사봤더니 속이 뭉쳐 있었다. 밀가루가 쌀보다 소화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덜 익은 걸 먹으면 소화가 안 될 수 밖에 없다. 처음 문 열었을 때에도 먹고 을 쓴 적 있는데, 지금은 이보다 확실히 더 나쁘다.

IMG_8166외국의 전문가나 그 브랜드를 데려오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시다시피 그 사람들이라고 분신술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존재를 쪼개 모든 매장에서 요리를 하거나 빵을 빚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문화적인 측면에서 공헌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맛에 대한 인식이나 높은 품질 기준 등이다. 이를 ‘탑-다운’ 형식으로 전하면 점차 아래로 내려오면서 전달받고, 이를 반영할때 음식 문화가 나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트랑 셰리에의 빵에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름을 떼고 보면 만드는 빵의 종류나 완성도는 동네 빵집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빵에도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아무리 좋아도 손이 숙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곳을 관찰해보면, 능력 계발이나 향상은 제쳐두고서라도 기본적인 디테일에 대한 관리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빵을 이렇게 썰어 팔 수가 없다. 이 모든 게, 들여오는 사업 주체가 벤스쿠키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면 아주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만만치 않은 가격표를 붙이지만 품질은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쪽은 포기한다고 치자. 저쪽은 대체 무엇인가. 유학 준비를 하던 시절, 추천서를 받으러 다니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교수들이 종종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에게 추천서를 잘못 써주면 해당 학교-특히 모교인 경우-에서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 말하자면 이런 게 브랜드 신용도 또는 가치일텐데, 과연 미슐랭 별 셋 짜리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이 있단 파티셰는 한국 시장에 자신의 브랜드를 팔았을 경우 품질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깎일 가능성을 생각했을까?  그랬지만 사업이고, 어쨌든 이익만 낼 수 있으면 상관 없을 거라 생각했을까? 덜 익은 빵을 놓고 이에 대해 고민할때 스타벅스에서 마주친 그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너무나도 조건반사적이기 때문에 대체 어쩔 수가 없다.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빵을 먹을 수 있게는 만들어 팔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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