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베이커리-버터크림빵

버터크림의 지평을 살펴볼까 생각 중인 가운데 나폴레옹 베이커리의 버터크림빵을 먹었다. 어찌보면 버터크림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해 받고 있는 제과제빵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말에 “생크림” 케이크가 등장하면서 이전의 버터크림 케이크가 전멸당했다. 하지만 당시의 버터크림 자체도 사실은 가짜였으므로 존재 자체의 전멸은 사실 반가운 사건이었는데, 개념까지 휩쓸려 나가면서 한국의 제과제빵에는 거대한 구멍(void)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 구멍은 제대로 된, 즉 진짜 버터로 만든 크림이 채워줬어야 하지만 다시 주류로 복귀하지 못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비어있다.

버터크림은 복잡할 것도 없고 제과제빵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현재진행형이다. 간단하게는 버터에 가루설탕만 섞으면 만들 수 있으므로 사실 눈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 고개를 들이밀어도 괜찮은데 현재 한국의 제과제빵계에서는 별명이 ‘미친개’인 교사한테 이유없이 두들겨 맞고 맨 뒤 구석자리로 밀려난 모범생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태극당의 “버터”크림 케이크 같은 화석이 버젓이 멀쩡한 제품처럼 팔리고 있다.

더 이상 버터를 비싸서 못 쓰는 현실은 아니라고 본다면, 온도에 따른 물성의 변화 탓은 아닌가 넘겨 짚고 있다. 버터의 특성상 온도에 따라 굳거나 녹으며 질감이 변하는데, 실무 세계에서 이에 대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말이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빵집에서 버터크림 롤케이크를 파는데, 말이 좋은 “크림”이지 사실 그냥 버터를 끼워서 판다. 실온에서도 전혀 녹지 않아서 그냥 덩어리를 씹어 삼켜야 한다.

어쨌든, 가을과 겨울 동안 버터크림을 찾아나서보려 한다. 나폴레옹 베이커리의 버터크림빵은 낮은 온도에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적절한 단맛과 부드러움을 갖춰 훌륭했다. 물론 쓰인 지방이 100퍼센트 버터여야만 평가도 의미가 있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