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플레이리스트 (1)
작년에는 고전 음악으로부터 다시 살짝 거리를 두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럽다. 2015~16년의 고전은 궁극적으로 노동요였기 때문이다. 그 지난한 노동을 마치고 나니 원래 듣던 음악들로 돌아온 것이다. 애플 뮤직의 도움으로 새로운 음악도 꽤 많이 들었기에 플레이스트를 만들어 정리해보고 싶었다. 아마도 세 번에 나눠서 50팀/곡을 기록할 것이다. 정확하게 순위는 아니지만, 의미가 큰 순서대로 정리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또한 2016에 발표된 음악에만, 또는 한 곡이나 앨범에만 국한되지 않으므로 그냥 음악가의 이름으로 정리했다.
1. Slowdive
굳이 꼽자면 2017년의 음반이다. 처음엔 한 번 듣고 넘겼는데 이후 우연치 않게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공연 영상을 찾아보다가 결국 다시 들었고, 2017년에 나온 음반 가운데는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들으면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1. 어떻게 잘 늙을 것인가 2. 어떻게 자기복제를 하지 않을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1과 2는 굉장히 많이 겹친다.
2. Ride
좋아하기로 따지자면 라이드가 1번이어야 할 것인데, 차이가 있다면 슬로우다이브는 새 앨범을 계속 듣게 되는 반면 라이드는 듣다 말고 결국 전작-특히 1, 2집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라이드의 앨범도 최소한 자기복제가 아니라고 에너지가 풍성하다는 점에서 높이 사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다. 비디오의 곡 ‘Pulsar’는 앨범에 실리지 못하고 별도의 EP에 정리되었는데, 사실 신곡 가운데 가장 좋을 뿐더러 듣고 있으면 델리스파이스가 생각난다. 어느 시점에서라도 이 정도가 델리스파이스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3. Vikingur Olafsson
심난할때 많이 들었다. 나메카와 마키 연주의 연습곡 모음집을 듣다가 이쪽으로 옮겨 왔다. 어쨌든 둘 다 심난할 때 들으면 좋다. 당시 쓴 감상문.
4. RAC
2014년작 ‘Strangers’를 작년 상반기에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케이티 허지그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참여한 곡을 들었던 게 계기였다. 정작 2017년작 ‘Ego’는 한두 번 듣고 말았는데,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곡이 덜 좋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앨범에 참여한 칼 클링, 펭귄 프리즌 등등등을 찾아서 들었다.
5. Whitney
도 작년 상반기에 좀 들었다. ‘I wanna take you out / I wanna drive around / With you with the windows down / And we can run all night’이라는 구절 (No matter where we go 중)을 들으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기타가 좋다.
6. Weezer
휘트니의 저 곡과 가사와 마찬가지로 2017년작 ‘Pacific Daydream’의 수록곡 ‘Weekend Woman’도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막 풀렸을때 삼천 번쯤 듣고 정작 앨범은 한두 번 듣고 말았다. 부치 워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7. 언니네 이발관
이 음반을 들으며 삶의 몇 단락의 막을 내렸다.
8. Tycho
역시 작년에 나온 음반은 아니지만 카스피안을 듣다가 KEXP의 실황을 통해 알게 되어 한참 들었다. 실황 자체를 가져왔다.
9. Nitemoves
누군가 위의 공연 영상의 덧글에 ‘저 드러머 로리 오코너의 프로젝트 나이트무브스도 좋더라’라고 말한 덕분에 알게 되어 들었다.
10. Jax Jones
좋음.
11. Caspian
리버스 딜레이 이후의 몰아침.
12. Vasudeva
2013년작 ‘No Clearance’가 좋아서 좀 들었는데 정작 작년의 ‘Life in Cycles’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13. Magnetic Fields
’50 Song Memoir’라니 참으로 적절한 속편 아닌가.
14. Goldroom
장마철에 많이 들었다.
15. Classixx
16. Miami Horror
Sarah Chernoff가 노래 부른 ‘Real Slow’가 좋아서 역시 장마철에 열심히 들었다. 막상 사라 처노프 본인의 음악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고.
17. Joey Landreth
매주 보지만 끝까지 다 보기는 좀 어려운 유튜브 채널 ‘That Pedal Show’에서 알게 된 분인데 기타를 너무 잘 치신다. 젊은 분인데 구수하시고.
덕분에 좋은 노래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