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뉴스와 논란의 중심: 세계적 레스토랑의 비판
셰프뉴스는 뭐하는 덴가. 블로그든 매체든, 국내의 창구를 거의 보지 않는다. 사진만 올려 놓은 블로그나 하나마나한 아무말 대잔치하는 매체에서 뭘 얻을 수 있나. 그 시간에 ‘존잘’님들이 쓴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더 도움된다.
그래서 잘 모른다. 셰프뉴스는 대체 뭐하는 덴가. 잠깐, 그곳의 기자라는 이로부터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검색도 잘 안 되는 다음 메일함을 뒤져 찾아냈다. 당시에 보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직접 확인하시라. 아니, 내 홈페이지 자체가 글을 “발행”하는 창구인데 왜 자기들이 글을 또 “발행”하려드는 것인가. 고료 안 주고 컨텐츠 모으려는 유사 매체는 허핑턴 포스트 하나로 충분한 현실이다. 게다가 내 글은 플립보드(www.flipboard.com)에 정식 “발행”된다. 그래서 기분이 언짢았지만 나름 정중하게 답해줬다.
그리고 잊고 살았는데 제보가 들어왔다. 셰프 뉴스라는데서 레스토랑 리뷰에 대한 나의 입장을 페이스북에 “공유”하신 모양. “발행”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코멘트가 가관이다. 역시 직접 확인하시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레스토랑을 비판함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중략) 비평은 미식계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 네.
내가 이런 것마저 가르쳐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명해 드리겠다.
1. 내가 비판한 레스토랑은 세계적인 수준인가?
밍글스 같은 레스토랑이 과연 세계적인 수준일까? 그렇게 믿고 싶으시면 믿으시라.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아시아 레스토랑 순위에 올라서? 아니면 곧 나온다는 미슐랭 가이드에 별 받고 이름이 오른다면? 솔직히 귀찮아서 이유를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3월에 올린 미슐랭의 한국 진출 관련 글에서 가이드나 순위 진출의 사업적 측면에 대해 이미 논한 바 있으니 굳이 나의 생각이 궁금하면 참고하시라. 다만 불친절하게도 영어로 썼으니 알아서 보시도록.
2. 세계적인 레스토랑은 비판하면 안되나?
세계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세계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음식을 먹었는데 맛이 없으면 또는 총체적인 경험이 내 기준에 못 미치면 비판할 뿐이다. 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비판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3년 전 썼던 아틀리에 크렌의 리뷰를 읽어 보시라. 귀찮아서 내가 직접 만들 수 없다는 이유-물론 다른 이유도 많지만-만으로도 나는 현대요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틀리에 크렌의 음식은 그냥 웃겼다.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별 두 개고, 프랑스 셰프의 현대요리 레스토랑이다. 이쯤되면 확실한 세계적인 레스토랑일텐데 내가 리뷰를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그럴리가 없겠지. 그리고 이 리뷰의 비판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나? 역시 그럴리가 없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비판하는 것이 진정 논란거리라면, 한국의 무슨 무명 음식 평론가가 미슐랭 별의 권위에 도전했으니 세계적인 물의라도 일으킨 건 아닌가? 레스토랑에 메일이라도 보내 물어보시라. 한국의 무명 음식 평론가가 감히 미슐랭 별 두 개짜리 너희 음식을 맛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가 너무 무명인데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비판해서 문제라고 생각하면, 유명한 평론가가 비판하면 또 다른 일인가? 지난 1월, 뉴욕 타임즈의 음식 평론가 피트 웰스는 맨해튼의 퍼 세(토마스 켈러 레스토랑, 미슐랭 별 셋)을 호되게 비판했다. 친절하게 링크 제공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궁금하면 알아서 찾아 보시라. 그리고 최고점인 별 넷을 둘로 깎았다. 물론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논란이라는 게 과연 어느 지점으로 흘러 가는가?
3. 비평은 미식계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가?
글쎄, 비평이 전 분야에 걸쳐 존재하지 않다고 보아도 무방한 현실에서 미식계의 발전에 미치는 역할을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이에 대해서는 <한국 음식 비평의 인정 투쟁과 과제> 1, 2편 참조). 숲도 없는 현실인데 어차피 못 보는 사람들과 나무의 미추를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다만 이런 말은 할 수가 있다. 발전의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보라고.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 존재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자기 객관화 및 성찰의 메카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개인 또는 그런 개인으로 이루어진 무리는 발전할 수 없다. 또한 양적 팽창은 발전이 아니다. “미식계”라는 게 한국에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생크림 수급도 안 되는 나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적절한 거리 설정조차 못하는, 그래서 모두가 친구고 형동생인 씬이 대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내 돈 내고 내가 먹고 평하는데 그것이 비판적이라 죽어도 못마땅하다면, 그냥 내부자용 커뮤니티를 만들고 레스토랑도 회원제로 운영하면 된다. 받고 싶은 손님, 원하는 평만 들려주는 손님만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시각이든 자격이든, 받아들이기 싫으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누가 대체 나의 권리를 막으려 드는가? ‘정성들여 한 음식을 놓고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나’ 같은 수준이라면 심지어 인신공격도 아니다. 나도 정성들여 번 돈으로 음식 사 먹는다.
마지막으로 셰프뉴스에게 한 가지 더. 직접 대상으로 상정하고 썼는데 과연 이 글도 “공유”하시고 싶으실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 글까지는 신경 안 쓰겠지만, 앞으로는 발행이든 공유든 내 글이 셰프 뉴스와 관련된 사이트에서 언급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귀찮아서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그쪽 트래픽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터럭만큼도 없다. 매체면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시라. 또한 생크림 수급도 안되는 현실에서 정녕 미식 같은 거 논하고 싶다면 나 빼놓고 논하시라. 대체 언제부터 내가 “중심”에 있었다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가. 음식평론가라는 직함도 안 붙이는 주제에 내가 무슨 “비평”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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