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동식 리뷰 후기-다른 음식, 같은 맛, 같은 난리

IMG_8740이런 일, 전혀 새롭지 않다. 언제나 패턴은 똑같다. 나는 개념적인 측면에 ‘천착’한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특히 *전통* 한식이라 규정되는 것들은 개념적인 검증을 거친 적이 없다. 길지도 성공적이지도 않은, 부작용 투성이 근현대의 산물이 습관으로 굳어진 뒤 전통처럼 착각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의 음식 문화다. 적폐 타령이 한참 유행이었는데 음식에선 그런 것들이 바로 적폐다.

사실은 이마저 동어반복이다. 이런 일이 한 번씩 있을 때마다 나는 늘 재요약과 재설명을 위한 글을 썼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예전에 썼던 글의 링크를 제공할테니 참조하기 바란다. 이 외에도 ‘레스토랑’ 등으로 주문하면 잔뜩 나올테지만 이 두 편이면 충분하리라 본다.

레스토랑 리뷰, 밍글스, 라미띠에, 자격 논란

셰프 뉴스와 논란의 중심: 세계적 레스토랑의 비판

IMG_8758옥동식 셰프님이 음식값 8,000원과 명목을 헤아리기 어려운 돈 10,000원을 후원 계좌로 입금해주셨는데, 등기로 돌려 보냈다. 은행에서는 개인신상 정보의 노출을 우려해 역 이체가 가능한 계좌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니 궁여지책이었다.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돈은 받을 수 없다.

첫째, 환불을 받아야 할 수준의 문제는 또 다른 영역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옥동식의 곰탕을 먹기 직전에 들렀던(그래서 결국 옥동식까지 들르게 만들었던) 브런치의 팬케이크가 아주 좋은 예다. 대체로 먹을 수 없는 수준의 조리라면,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나온다. 환불을 해주고 말고는 업소의 선택에 달렸다.

옥동식의 음식은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맛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저 위에서 언급했듯 한식의 탕반류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의 개선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맛을 이야기하는데 놋그릇이나 수저를 놓았다고 좋다고 평가하는 을 들이밀고 마치 같은 수단과 방법과 시각과 역량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듯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런 분들은 자기 세계에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그만이다. 나는 그 세계에 관심도 없고 기웃거린 적도 없건만 대체 왜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지 알 수가 없다. 비평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둘째,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 은행 계좌라는 것은 특성상 열려 있는 상태이지만 모두가 돈을 보내고 그 돈을 다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셰프가 정말 환불을 원한다면 다른 경로로 이루어져야 한다(물론 나는 받을 생각이 없다). 이 계좌는 말 그대로 ‘후원’을 위한 창구다.

셋째, 다른 돈까지 돌려 보내드린 이유는 일단 정확히 명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14,000원짜리 특 곰탕을 먹었는데 음식값으로는 8,000원을 보내셨다. 별개의 입금으로 이루어진 돈을 후원이라고 여기면 좋겠지만 덧글로 짐작할 때 내가 누군지 모르고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경우라면 굳이 지금 당장 후원을 하실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마음만 감사히 받고 돈은 돌려 보냈다. 셰프께서 기분 상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다음으로는 정성 타령이 있다. 나는 이것을 아주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나도 정성들여 글 써서 돈 벌고 그 돈으로 정성스레 먹으러 다닌 뒤 정성스레 리뷰를 쓴다. 음식을 만드는 정성만 정성이 아니고, 같은 논리라면 ‘정성스레 쓴 내 리뷰에 이런 반응을 부들부들’ 쯤이야 어려운 일 아니다. 그럴 이유가 있나? 정성의 가능성을 인식 못하거나 이해하지 않아서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건 언제나 전제되어 있다. 참고로 나도 다음 달에 출간될 책을 아주 정성스레 썼으니, 내가 그렇게 싫다면 그 책을 사서 읽고 정성스레 비판해주시기를 바란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내 정성의 결과물을 무시했다고 탓하지는 않겠다.

마지막으로 덧글의 관리에 대해서 입장을 밝힌다. 관리의 차원에서 모든 덧글은 내가 승인하지 않으면 공개되지 않는데, 여태껏 승인하지 않은 덧글은 기억하기로 없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라고 규정하기에도 아까운 덧글이 줄줄 달리는 걸 보면서, 내 글이 좋아서 오는 독자에게도 저런 수준을 드러내야 하는지 이번 경우를 계기로 깊은 회의를 느꼈다. 과연 ‘나의 덧글이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가?’라는 궁금함으로 다시 찾아볼 분은 없으리라 믿지만, 그랬는데 설사 덧글이 보이지 않더라도 너무 섭섭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16 Comments

  • amumahler says:

    일련의 사태를 모두 지켜보며 한식은 참 갈 길이 멀다고 느꼈습니다. 이 곳에서 토론을 나누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글을 옮겨가서 자기네들 입맛대로 두들겨 패는거 보고 좀 웃기기도 하였습니다.

    이른바 정성충, 엄마밥(가정식)매니아들이 한식의 발전을 얼마나 저해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 드네요.

    • JIMMY says:

      동감합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네요. 딱, 이 정도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 수준에 맞는 음식을 하고 수준이 맞는 사람들과 그 음식을 나눕니다. 거기에 비평의 자리는 없고요. 다른 의견은 적폐입니다.

      • says:

        음식에서 수준까지 나오네요. 측근과 송로버섯 오찬을 즐겼던 수감번호 503번씨는 아주 고결하겠어요

  • RainyDays says:

    12일을 기다립니다. 제목도 아직 모르는 새 책,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면 되게 이상하죠? 🙂
    그런데도 기대합니다. 작가 믿고 기다리는 경험이 참 오랜만이에요.

  • 구봉서 says:

    트위터, 댓글 지켜보면서 참 착잡합니다. 다른건 다 떠나서, ‘글’이라는걸 쓴다는 것, 읽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전혀 경험치가 없는 사람들이 행간은 보지도 않고 낮은 수준의 자신의 눈에 탁 걸린 부분만 가지고 이러네 저러네 갖은 아는 척과 자기 딴엔 교양있는 척이랍시고 비아냥 대는 꼴이 아주 역겹습니다. 용재님 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

  • ㅇㅅㅇ says:

    익숙해져도 유쾌하기는 힘든 현상 같습니다. 지나가는 독자인 저도 피로감이 들곤 하는데요. 그러나 날것 그대로 공개하는 댓글들도 일종의 리얼리즘 예술이라고 느끼며 감상하곤 했죠.. 이렇게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곤 하는데 왜 그것을 누리지들 못하는지 안타깝습니다. 가끔은 자신이 믿어오던것-그 ‘믿음’에 적당한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면 화를 내는 그들의 나르시즘과 순진무구함이 부럽기도 합니다

  • 앞 글 내용을 곱씹으며 이 글을 읽다가 ‘정성스레 쓴 내 리뷰에…’를 읽고 그만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 정도면 더할나위 없이 친절하게 적으신 것 같아요.
    다녀오신 식당은 궁금했던 곳이어서 앞 글도 눈여겨 봤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잘 하는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 Jerry says:

    링크하신 네이버 블로그 보니 “아엠 어 파워리스, 벗 프로 블로거” 라고 적어놨던데, 요즘은 프로페셔널을 개나 소나 다 붙여 쓰나 보군요.

    • Jochen says:

      프로 블로거란 블로그 써서 돈 번다는 의미입니다. “프로”란 말을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그런데, 프로 블로거가 뭐 대단한 건 아니죠.

  • 모튼 says:

    아무블로그는 그것 대로의 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운영으로 이윤을 얻는다면 프로라고 스스로 칭하는 것도 별문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스팅의 저열한 인신공격 언급들은 문제네요.
    개인에게 있어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글이 공짜로 노출되는, bluexmas.com과 아무블로그로의 동일한 접근 UX 때문에 ‘부들부들’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키워드 검색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에겐 전문가집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존 미디어가 아니니(뭐 일보, 뭐켄) 아무블로그를 소비하는 동일한 잣대와 방식으로 여기에도 말 또는 감정을 싸버리고 있는데, 이 행위에 무방비로 ‘글’이 노출되어 ‘작가’가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정 수준 이상의 비평을 읽고자 하는 독자 입장에서도 사실 편하지는 않습니다. 저 정도 댓글에 어떤 수준의 대응을 해야하는 지도 정하기 매우 어렵고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댓글들을 놔두신 방식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오히려 댓글들을 승인(검열-심의-심사?) 하는 것이 괄호 안의 단어들이 풍기는 부정적 뉘앙스로 변질되어 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 ㅇㅇ says:

    진짜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음식 혹은 식당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려고 하는걸로 보이기도 하고요.
    아니면 “내가 맛있게 먹었으니, 맛없다고 하는 글은 테러래야함” 이런건지….

  • 김기태 says:

    외식의 품격 애독자 입니다.
    음식만드는 사람의 진실된 정성은 하나 라고 생각합니다.
    ‘ 내가 얼마나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 그걸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데 아끼지 말자 ‘

    저는 젤라또 만드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이쪽도 제가 생각하는것과 너무 달라서 스스로 왕따를
    시키고 있죠.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실력을 쌓는데 아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성을 논할수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들자면 :
    *자기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실력 쌓는데 비용과 수고를 들이고 늦잠자고 일어나서 만드는 사람과
    *20년전 누구로부터 받은 레시피에서 한치의 발전도 없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음식 준비하는 부지런한 사람

    이 두명중 어느쪽이 더 정성이 깃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인지 생각해봐야하죠.
    정성과 부지런함은 별개의 문제이고 부지런하다고 해서 좋은 실력을 쌓는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음식 제조를 위해 요리사가 얼마나 정성을 깃들였는데’ 에서 나오는 정성이라는 것에는
    의미가 없죠. 그건 이미 구매자가 정성들여 번 돈으로 지불을 한 상태죠.
    ‘ 좋음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내가 들인 노력과 연구에 따르는 시간 그리고 배우는데 지불한 비용’ 이 얼마인가가 정성이란 측면에선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이닝 소비자 입장에서 말한다면, 업장에서 배운 요리사의 대부분은 얻어온 레시피로 만드는 쿡에 불과하지 자기 스타일을 구축한후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레시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리와 미식평가도 개인적 친분과 얽힌게 한국의 현실인데 이렇게 냉정한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작년 9월 저는 한입먹자마자 공장 카카오 페이스트가 들어간 초콜릿 젤라또 라는게 바로 느껴진 가게가 있었습니다. 미디어로 통해 노출된 평가는 100% 직접 만드는 최고의 초콜릿 젤라또 로 되어 있어서 당황스러웠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거죠. 그후 다른 가게들의 제품은 아예 먹지 않고 있죠.

    유명 평론가일수록 친분과 앙심 양쪽 사심을 최대한 배제하는 훈련부터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Jochen says:

    그 블로그에 사장이 댓글 단 것 같은데, “김치는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습니다. 따로 담아 서브하기엔 손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사람을 쓰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죠.”
    동시에 12명 받는 가게가 김치 따로 서빙 못할 정도라… 혼자 하는 것도 아니더구만… 초짜라서 일머리가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닐테고… 쉐프라서 서빙은 못하시나?

  • snfnrrhdid says: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다고 결과물이 다 좋은건 아니죠. 노력과 정성을 알아주면 참 좋은것이지만 애들도 아니고 어찌되었든 결과가 괜찮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판매와 매출의 영역으로 보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만 먹는 내내 느꼈던 허전한 바디감은 완성도의 영역으로 볼때 크게 높다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아부라 계열의 라멘이 유행할 적에 돼지 지방에 기대어 바디감을 한껏 가볍게 만들던 라멘스프의 느낌이 나서 더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빠가 까를 만든다고 하나요. 사장님이 만드는 음식과 그를 위해 겪고있는 노고들에는 이의가 없지만 주변이 참 시끄럽네요

  • hippocampus says: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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