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커피 직구 가이드
커피에 대한 글을 쓰는 김에, 직구 요령에 대해서도 한 번 정리해보자. 제목을 그렇게 달기는 했지만 굳이 포틀랜드에 국한 시켜 적용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대상 로스터리 파악+배송기간 단축’이라는 핵심만 파악하면 어느 지역 로스터리의 직구에도 써먹을 수 있다.
1. 구매와 배송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 번의 배송을 거쳐 내 손에 들어오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게 목적이다. 그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요소를 확인한다.
-로스터리의 굽기 및 발송 일정: 많은 경우 이 일정을 확실히 밝힌다. 보통 주간 단위로 ‘굽는 날-내보내는 날’의 관계를 확실히 밝혀준다. 예를 들어 주 2회 배송이 원칙이라면 월요일까지 받은 주문은 화요일, 목요일까지 받은 주문은 금요일에 배송하는 식. 이를 파악하면 미국과 우리나라 양쪽 모두에서 움직임이 없는 주말을 끼고 주문해야 하는 시점의 기준을 잡을 수 있다.
-미국 내 배송과 대행지 선택: 한마디로 짧으면 짧을 수록 좋다. 그 이후 배송대행지-미국 공항-우리나라 공항-세관-택배-집이라는 여러 경로와 각 지점(node)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지연 등의 잠재적 문제를 감안한다면, 일단 주문지와 배송대행지의 거리는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포틀랜드의 경우 소비세가 없으므로 배송대행지를 두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나는 포스트베이를 쓴다. 크게 보아 같은 지역이므로 추수감사절 같은 기간이 아니라면 오늘 주문해서 내일 배송대행지 입고가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배송이 무료인 경우도 있으니 잘 살펴볼 것. 만약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블루보틀이나 사이트글라스 같은 업체의 커피를 산다면, 안 쓴지 오래 되었지만 TPL코리아라는 배송업체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바로 밑의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배송 대행지가 있어 하루면 입고 된다.
-주문 타이밍: 주말 빼고 주 5일, 혹은 4일 정도 비행기가 뜨는 대행지라면 주말 한 번 끼고 보통 1주일 안에 받을 수 있다. 여기 시간으로 주말 동안 주문하면 그 다음 주 월, 화요일(현지 시간)에 발송, 입고와 미국 내 배송이 각각 하루씩 걸린다면 빠르게는 한국 시간으로 목, 금요일에 도착한다. 그럼 통관에 문제 없다는 전제 아래 국내 택배는 하루면 되므로(커피만 두세 팩 사면 전부 $70정도, 큰 문제 없다) 그 다음 주 월, 화요일이면 받을 수 있다. 받으면 소분해서 어제 올린 글의 요령대로 보관하면 좋다.
2. 구매처
여태껏 글을 몇 번 올렸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스텀프타운: 이미 워낙 유명한 곳이라 뭐라 사족을 달 필요가 없을텐데, 놀라운 건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장 균형잡히고 일관된 커피맛을 보여준다는 것. 여태껏 한 번도 크게 떨어진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실제로 포틀랜드를 여행할때도 가장 좋았던 에스프레소는 스텀프타운의 콩을 받는 길 건너 가게에서 라 마라조코로 내린 것(이 포스팅 대표 이미지에 나오는 Maglia Rosa. 지금은 문을 닫은 것으로). 200g 안쪽의 세 가지를 묶어 파는 테이스팅 세트가 조금 비쌀 수 있지만 조금씩 여러 가지 맛보기에 좋다. 국내에도 들어왔다고 알고 있는데, 직구의 수고와 배송 기간을 줄여준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마셔볼 이유는 있다.
–하트로스터리: 이 동네의 다른 로스터리에 비해서 좀 더 약하게 볶는다.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마실 수 있는 것처럼 풋내나 신맛이 지나치지 않다. 바로 이번에 들여왔다.
–코아바 커피: 다소 신기한 매장 분위기에, 예상 외로 두툼한 커피도 좋은데 콩을 사다 마셔보면 기복이 좀 있었다.
–스털링 커피 로스터즈: 이제 ‘힙스터’라는 말은 아무데도 붙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붙일 수 있을듯. 작은 바에서 글렌캐런 위스키잔에 에스프레소를 담아내는 매장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 번에 서너 종류의 커피만 준비해서 그때그때 소량만 구워 내보낸다는 콘셉트. 바로 이전에 마셨는데, 의외로 처음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몇몇 거슬리는 맛이 가시고 남은 중심이 좋다는 인상이었다. 당분간은 찾지 않을 것 같지만.
여행 당시에는 15-20군데의 커피(주로 에스프레소)를 마셔보았는데, 굳이 내 손으로 다시 내려 마시고 싶은 곳은 다시 찾지 않다 보니 서너 군데에서 돌아가면서 주문해 마시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생각보다 많은 곳이 멀티 로스터리-큐레이션 콘셉트로 운영을 해 직접 콩을 굽지 않는다. 스털링을 빼고 저 세 군데에서 파는 걸 전부 한 번씩 마셔본다고 해도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 폭 넓게 도전해보고 싶다면 이런 리스트를 찾아 같은 요령으로 주문하면 된다.
3. 활용 요령
콩을 주문해 마셔 보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각 로스터리가 제공하는 레시피를 참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홈페이지에 자기들이 쓰는 기본 레시피를 공개하는 경우도 많고, 없거나 새로 들여온 콩에 더 잘 맞는 추출방법/도구 등이 궁금하다면 메일을 보내면 된다. 대개 흔쾌히 답을 해주니 실무자, 즉 바리스타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간단한 영어면 가능하고, 정 모르겠다 싶으면 번역기를 돌려도 된다. 책을 읽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우리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는 실무자의 요령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언제나 최선을 손에 넣는 것도 아니고, 맛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꽤 있지만 그런 경우라도 경험치를 늘리는 동시에 나눠 시음 및 토론하는 게 경험치 늘리기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또한 커피는 문화이므로,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좋다.
커피 직구에서 아무래도 관건은 최소 1주일이 걸리는 배송 기간과 맛의 관계. 여태껏 배송 기간 때문에 맛이 지나치게 나빠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여태껏 여름에는 피했다. 다만 기다리는 게 귀찮다는 걸 빼놓는다면 전체 비용이 우리나라에서 콩을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므로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두려워하며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보 감사합니다. 하도 스텀프 타운 하길래 직구를 해볼까 싶은데 죄송스럽지만 질문 하나만 드릴려구요. whole bean 상태로 주문하면 어느정도로 roating 되어서 오는지 여쭤봅니다. 집에서 핸드드립 하기에는 너무 강하게 볶아서 오는게 아닐까 싶은데 조언 부탁 드립니다.
로스터리나 콩마다 다르니 설명을 읽어보셔야 할 거에요. 근데 드립과 에스프레소 각각 구분하는 경우가 많고 요즘 그렇게 많이 굽지 않습니다.
저도 직구로 구매하다 요즘엔 매번 사는게 귀찮아져서 coffee collective 정기배송으로 시켜먹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 먹는 거 다 떨어질때 바로 주문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