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리저브 잠비아-‘스타벅스’에 강세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여 드디어 스타벅스 리저브를 마셔볼 수 있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가을 시애틀에 갔을때 파이크 플레이스 맞은편 지점-많은 사람들이 1호점으로 착각한다는-에서 마셔보았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것도 거의 똑같았다. 스타벅스 ‘리저브’라기보다 ‘스타벅스’ 리저브다. 이걸 차마 특징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특유의 ‘스모키’한 ‘언더톤(undertone)’이 그래도 스타벅스치고 섬세한 나머지 향과 맛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많이 볶아 기름이 좔좔 흐르는 콩은 물론이거니와 윌로우 블렌드처럼 덜 볶았다는 것에서조차 예외없이 느낄 수 있는 그 스모키함은 낄데 안 낄데 다 고개를 들이미는 ‘눈새’ 같다. 난 이것이 사람과 장소, 유통 및 기계를 최대한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노하우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 그것도 탄생지인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먹은 것과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먹은 것의 전체적인 느낌이 (콩에 상관없이) 거의 흡사하다면 그것도 성공이라 부를 수 있겠다.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 스모키함이 거슬리지만, 늘 말하는 것처럼 스타벅스는 구리고 디테일이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어떤 맛을 내야하는지 정확하게는 알고 있고 그걸 실천한다. 비아(VIA)와 마찬가지로 커피맛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어쨌든 존재하니 그걸 참조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마셔볼만은 하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보통 커피보다는 디테일이 좋은 건 확실하다. 물론, 사람들이 직원의 말을 빌자면 네 시간까지도 기다린 동기는 그게 절대 아니겠지만. 거듭 말하지만 ‘리저브’라서 기다렸다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이건 리저브이기 전에 ‘스타벅스’일 뿐이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강세를 둔다는 것이고. ‘자, 이걸 7,000원 주고 마시느니 개인 로스터리에 관심을 쏟아줍시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개인 로스터리가 마실만한 커피를 내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으므로 그 또한 해당사항이 없겠다.
사족
1. 요즘은 좋은 콩이 사람과 추출 방식 등등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좋은 콩이 내주는 맛의 폭이 넓으므로 어느 지점에서도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 좋은 재료가 요리의 제 일 조건임을 감안한다면 너무 뻔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재료인 원두는 이미 조리를 거쳤기 때문이다. 사람이 중요한데 이건 기술도 기술이지만 감각의 문제다.
2. 일반 드립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스타벅스 커피의 온도는 높다.
3. 스타벅스의 콩이 이러한 추출 방식에 맞는지 모르겠다. 일반 드립에 비해 에어로프레스, 프렌치프레스, 클로버는 콩의 기름 성분을 덜 걸러내고, 따라서 커피가 좀 더 두툼하게 나오며 자몽, 포도 등등 과일 껍질의 맛을 빌어 표한할 수 있는 쌉쌀함과 신맛의 조합이 불쾌한 금속성의 맛을 띨 위험이 높아진다. 리저브라고 하지만 섬세할 수 없는 스타벅스의 콩을 감안할때 클로버 같은 추출이 약점은 부각시키고 그에 반비례해 장점은 가리는 건 아닌가 싶다.
4. 직원이 간 커피의 향을 맡아보라고 주었는데… 물론 갈아놓은 커피의 향만으로 나올 커피의 결과를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권해주는 것 만큼 좋지는 않았다. 다소 절은 느낌.
# by bluexmas | 2014/05/03 11:45 | Taste | 트랙백(1) | 덧글(2)
스타벅스가 리저브 커피를 들여오기 전, 클로버 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맛 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매우 실망했었다. 두 잔의 서로 다른 커피를 주문했었는데 연하기 그지 없는데다가 덜 볶은 콩의 풋내까지 나는 커피가 그 결과물이었었다. 그 두 잔의 커피가 너무 똑같은 맛까지 내어 주어서 머신의 문제였을까? 원두의 문제였을까? 그 동안 궁금해 했었다. 최근 스타벅스 리저브가 들어오면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는데 사람의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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