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리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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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스타벅스 리저브를 마셨다. 모든 것이 괜찮지만 안타깝게도 커피가 나쁜 스타벅스 아닌가. 그래서 보통의 스타벅스 커피를 피하자는 의도에서 리저브를 선택했다. 물론 리저브에게 희망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벌써 오래 전에 썼듯 스타벅스의 커피에 희망을 품기란 어렵다. 다만 단기 공간 임대업장으로서 설비와 여건을 높이 산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벅스가 정말 의도적으로 커피를 망치고 있다… 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의도가 있있겠지만 그게 100%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달까? 하여간 대량생간이며 그 속의 일관성 추구 등등을 구현하는 가운데 거의 모든 커피에서 특유의 탄맛 꼬리가 거듭 마실 수록 거슬리는 게 유일하다고 느끼는 스타벅스 커피의 단점이다.

오랜만에 마신 리저브 커피에서도 물론 탄맛의 꼬리는 여전했다. 따라서 적절히 콩과 커피의 맛에 무관심한 가운데 나머지 요소들을 들여다 보았다.

1. 스타벅스가 단기 공간 임대업장으로 설비와 여건을 잘 갖추어 놓았다고 그랬는데, 리저브 커피를 마시는 바도 그러했다. 의자나 바 탁자의 높이, 간격, 재질 등등 훌륭하달까. 버리기보다 집에 가져와서 책갈피로 쓰고 싶은 커피 카드도 좋다.

2. 다만 진짜 커피를 위한 여건에는 살짝 회의를 품었다. 일단 추출 방식부터. 같은 콩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추출해 마셔서 그 차이를 느껴보라는 의도이고 당연히 커피의 세계에서는 말이 되며 필요하지만, 스타벅스의 콩맛에 그런 설정이 빛날 수 있을까? 이것은 콩의 품질이나 완성도와는 다소 별도의 측면이다. 이 모든 게 소위 진정성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모두 시늉처럼 보이지 않을까.

3. 그렇게 다양한 추출 방식으로 커피의 뉘앙스를 맛보라는 의도라면 머그를 당연히 기본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종이잔에 내려는 걸 요청해서 머그에 받았는데, 개인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여건을 갖춰 놓았다면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IMG_31384. 너무나도 멀쩡하게 생긴 파운드케이크에 가장 놀랐다. 스타벅스에서 이다지도 멀쩡하게 생긴 제과제빵류는 처음 봤다. 위에서 스타벅스의 커피가 가장 나쁘다고 했는데, 사실 그 아래에 음식이 있다. 커피만 주문하더라도 웬만하면 진열장을 들여다 보지 않으려 애쓸 정도로 나쁘다. 그런 가운데 그냥 전반적으로 잘 생긴 파운드 케이크라니. 먹어보니 시럽이 스며들었음에도 알갱이가 크고 뻣뻣하게 부스러지는 등, 건조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최소한 미워하지 않을 수는 있다.

*사족: 온도는 스타벅스의 영원한 결함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사이펀을 골랐는데 80도는 정말 충분히 웃돈다고 느낄 정도로 뜨거웠다. 탄 콩을 끓여서 커피를 추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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