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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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만 해도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내일은 과연 무엇을 먹어야 할까. 소파에 누워 유튜브의 게임이나 기타 연주 영상 등을 뒤적이며 오곡부침, 송이구이 등을 만들어 작년재작년에 먹다 남은 위스키를 한 잔 곁들일 생각이었다. 인생 귀찮은데 별 거 있냐.

그런데 시계가 자정을 알리자 갑자기 어떤 음식의 이미지가 마음 속에 탕! 탕! 틀어 박혔다. 바로 탕수육이었다. 이 신비한 조화는 무엇인가. 10월 26일은 과연 무슨 날이기에 탕수육이 갑자기 마음 속에 탕! 탕! 틀어박히는가. 43년 인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탕수육 애호가였던 적이 없던 내가. 매주 최소 1회는 중국집에 가더라도 탕수육은 1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한 내가.

너무나도 벅차게 탕수육 생각이 마음 속에 차올라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 탕수육을 생각했다. 내 가슴을 탕! 탕! 맛으로 저녁하는 탕수육 말이다. 부먹이니 찍먹이니 하는 쓸데없는 논쟁 따위에 탕! 탕! 총알을 박아 저 세상으로 보내버리는 탕수육 말이다. 발터도 좋고 리볼버도 좋다. 쓸데없는 논쟁에게 소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총탄이면 충분하다. 정확하게 가슴에 박히는 총알이면 충분하다.

떨리는 몸을 이끌고 오늘 점심에 먹은 탕수육은 과연 나의 가슴을 맛으로 저격했는가. 그랬던 것 같다. 맛도 괜찮았지만 딸려오는 사연이 사실 더 가슴에 탕! 탕! 틀어박혔다. 탕수육을 가져온 중국집 주인에게 우스개로 ‘오늘 탕수육이 좀 나갔냐’고 말을 걸자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같은 상호의 옛날 중국집-가족 소유-에서 아침식사 도중에 의자에 묶인 채로 끌려갔었다는 것이다.

타인의 사생활이므로 더 이상은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런 시절이 있었고 바로 작년까지도 시바스 리갈의 맛은 유난히 썼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지 않은가. 탕수육도 좀 더 맛있고 시바스도 좀 더 달다. 물론 둘의 짝짓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 후자를 탄산수에 섞고 시트러스의 신맛과 향을 더하면 한층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왠지 오늘 하루 만큼은 술잔을 탕! 탕! 좀 더 시끄럽게 내려 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사족: 술맛을 돋울 수 있는 노래가 많은데, 오늘은 팝송으로 좀 귀를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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