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스 리갈

img_6581그러니까 그제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개드립’이나 칠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작년 글의 확장판 같은 것이랄까. 이론적인 이야기는 다 했으니 올해는 진짜 오곡부침 같은 거라도 만들어 먹어볼 생각이었다. 기사와 함께 ‘일반 가정보다 오히려 조촐한 상차림’의 일부로 소개되지만 실제로 레시피 같은 건 잘 안 보이는 신비의 음식 말이다.

그러나 어제 하루 종일 뉴스를 접하고 나니 그럴 생각이 완전히 가셨다. 현재, 아니면 지난 40여년 동안의 상황이 너무나도 웃긴 나머지 조롱의 대상으로서 한계를 넘어섰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너무 맛이 없는 음식은 ‘조롱’과 ‘차별’마저도 아까운 상황과 흡사하달까. 비웃기에 에너지를 낭비할 가치도 없는 상황 말이다.

홈플러스에서 시바스리갈 12년 350ml한 병이 27,000원이었다. 웬만한 ‘엔트리’급 위스키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으니 수준을 가늠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싱글 몰트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굳이 마셔야 되나 싶지만 막상 목으로 넘겨 보면 이런 상황에서 그럭저럭 맛이 없어 선택하지 못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공산품으로서 최소한의 수준은 갖췄달까.

그래서 이젠 매년 이날 이 술을 놀림의 매개체로 삼는 시도마저 그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최소한의 수준을 갖춘 술을 놓고 그조차 갖추지 못해 지금까지 겪어야 하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을 비웃기가 술에게 미안하다. 술이 대체 무슨 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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