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위스키, 시바스 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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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이다. 시바스 리갈의 계절이다. 편의점에 빠다코코넛을 사러 갔다가 눈에 띄어 집어왔다. 역시 위스키는 찬바람이 좀 부는 계절에 맛있다. 증류와 숙성 등, 응축과 압축을 거쳐 맛이 완성되는 술은 도수도 그렇고, 여름에 마시기엔 좀 뜨겁다. 싱글 몰트가 워낙 인기를 몰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감이 있는데, 잘 만든 블렌디드가 지닌 꾸준함의 가치를 폄하하면 안된다. 시바스 리갈만 해도 1800년대 중반부터 시바스 형제가 만들기 시작했으니 근 200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그런 위스키를 집 앞 편의점에 쓰레빠 끌고 나가 사올 수 있다. 이게 보통 일인가. 음미하며 근현대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오늘처럼 청명한 가을날, 여러 모-자세한 내역은 지면관계상 생략-로 시바스 리갈은 아주 잘 어울린다.

스페이사이스의 스트라시슬라 증류소 몰트를 바탕으로 블렌딩하는 터라 단맛이 잘 살아 있는 한편 부드러워, 한식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오곡부침, 송이구이, 편육, 생채나물, 마른 안주류 등과 잘 어울린다. 반찬을 30종류 이상 차리면 조촐함의 경계를 넘어서, 상차림의 기운이 위스키의 기운을 해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특유의 단맛 덕분에 탕수육, 스코틀랜드의 바다 기운을 감안할 때 낙지 탕탕이 같은 해물 음식과도 궁합이 좋다. 한편 기운을 감안하면, 시바스 리갈과 두운이 맞는 성을 지닌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술맛이 배가된다. 이를테면 심씨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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