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능라-올해의 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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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점심 시간에 강남에서 출발해 한 시간, 먹고 집까지 돌아오는데 한 시간 반 걸렸다. 그래도 보람차다고 생각했던 평양냉면. 국물은 들척지근하지 않고, 감칠맛이 굉장히 절묘했다. 농반진반으로 ‘조미료 미터’라는 표현을 쓰는데(먹고 난 뒤 조미료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 근래 먹은 것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 당연히 ‘조미료 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국물을 만난지라 훌륭했다. 이날따라 온도계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수치가 없지만 다른 곳보다 살짝 높다고 느꼈다. 한편 면은 싱싱한데 너무 싱싱하달까. 일행의 표현을 빌자면 ‘면이 아니고 밥’ 같은 느낌이었다. 다소 뻣뻣했는데, 이게 반죽의 배합이나 삶기보다 굵기의 문제라는 생각. 육수와 살짝 겉돌 정도였다.

IMG_7227한편 가장 많이 생각하게 만든 요소는 오돌오돌하게 잘 절인 오이. 생걸 썰어 그대로 올리는 경우가 꽤 많은데 좋다고 생각 안 한다. 일단 맛을 내는 요리가 아니고, 그저 습관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 습관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평양냉면의 주요소인 면과 국물보다, 계란 포함한 고명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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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뛰어난 냉면에 비해 만두와 편육은 썩 좋지 않았다. 만두는 이제 어디에서도 딱히 만족스럽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 밀가루만 쓴 피는 잘 찢어지고, 전분을 섞어 힘을 주면 너무 질겨진다. 중간을 찾는 것이 항상 요리의 난점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만두피를 찾기 어렵다. 여기도 마찬가지. 한편 속은 별 개성 없는 가운데 왜 굳이 숙주나물만 자르지 않고 섞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먹으면서 생각하는 표현이 있었는데 언급하지 않겠다. IMG_7223편육은 고기 자체는 좋았지만, 살짝 따뜻하게 내려다 보니 두껍게 썰고 그러다보니 살코기 부위가 딱딱했다. 적당히 이런 고기는 어쨌든 차게 식혀 최대한 얇게 저미는 게 먹기 가장 좋다고 믿는데… 비계에 면을 싸서 먹으니 굉장히 맛있어 아예 살코기는 빼고 주는 게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이번에 먹지 않은 부침개가 맛있다고 하니, 먼 길 다시 찾아갈 명분은 확보한 셈이다. 올해 먹은 것 가운데 가장 좋았던 평양냉면.

7 Responses

  1. 자거스 says:

    능라는 국물 낼때 쇠고기 이외에도 돼지고기, 표고버섯, 다시마를 사용해 다른 노포들보다 산뜻한 감칠맛을 낼 겁니다. 전 계산할때 핸드폰을 두들기며 계산하는 서버를 접한 후 발을 끊고 있는데, 접객은 아마 나아졌겠죠…만두에 숙주를 제대로 자르지않고 넣는 점은 그냥 단점이라고 봅니다.
    최근엔 화곡동 [대동관]에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날에 따라 냉육수 맛이 확 바뀌는 게 단점이더군요. 첫방문땐 좋았습니다만.. 제육은 지루하되 보통, 두부 위주 만두는 살짝 지루한 요소도 있지만 좋았고, 녹두전은 내부가 너무 설익어 꽝이더군요~

  2. 눈동자 says:

    여기 국물이 짠편입니다 비추합니다

    • honest critic says:

      혹시 bluemas님이 소금의 부족을 자주 언급하시는데 조금 짜게 드시는건지….

  3. 능라 근처 직장인 says:

    능라 녹두전의 경우 오직 한 분이 맡아서 합니다. 한 분이 휴무이면 아예 녹두전 판매 정지입니다.
    접객태도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대부분이 조선족분들로 추정되어집니다만 항상 사장님이 계셔서인지
    불쾌한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오히려 인근 평가옥에서 좀 좌절했었습니다.
    능라의 경우 제육이 맛있는 편입니다.

  4. says:

    두께문제가 아니라 메밀 함유량 아닌지…?

  1. 07/16/2015

    […] 희미한 가운데 기억이 아예 없지는 않은 건, 국물이 무시무시했기 때문. 어제 글에서 국물의 무시무시함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 차원에서는 왕급. 절반쯤 […]

  2. 07/30/2015

    […] [판교] 능라-올해의 평양냉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