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피트 / 매드 커피- 같은 커피, 같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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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브레드 피트와 매드 커피에 가봤다. 전자에서 아메리카노, 후자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중심을 이루는 신맛은 서로, 또 리브레의 커피와 비슷했다. 따라서 ‘이것이 주류로 자리잡는 현실인가(그래봐야 좋을 것 없는데)’ 말고는 딱히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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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브레드 피트의 빵. 두 가지를 먹어보았다. 하나는 이곳의 대표(?)라는 우유크림빵. 일단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림의 질감과 은근히 풍기는 바닐라 향은 좋다. 다만 나는 이것 하나만 먹는다는 전제 아래 10% 정도 더 달아도 될 거라 생각한다. 전형적인 일본-한국풍의 단맛인데 이 정도라면 크림의 풍부함이 100% 살아나지 않는다. 달리 말해 누군가 ‘느끼하다’고 말한다면(딱히 그렇지도 않지만) 단맛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소금도 조금 더 필요하다. 거의 모든 음식이 그런데, 입에 넣자마자 앞에서 확 다가오는 맛에 비해 여운은 약하다. 하지만 맛의 승부는 시간의 흐름에서 갈린다.

크림엔 별 불만 없는 가운데, 그걸 싸고 있는 껍데기인 빵은 어울리는 조합이라 보지 않는다. 일단 다소 질기니 질감 면에서 조화(부드러울 경우) 또는 대조(부스러질 flaky 경우)를 주지 않는다. 한편 맛의 측면에선 오븐에서 ‘말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색이 나지 않게 익혔으니 마이야르 반응에 의한 다양함도 없다. 한마디로 잠재력을 덜 발휘한 밀가루. 빵을 따로 구워 채운 게 아니라면, 그래서 단팥빵류처럼 채운 뒤 구웠다면 크림이 분해될 수 있으므로 낮은 온도에서 구워야만 하는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만히 씹어보면 가운데서는 ‘덜 익은 것 아닌가’라는 느낌도 준다. 물론 이는 거의 모든 빵집에서 느낄 수 있으니 딱히 이곳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 번에 20군데의 단팥빵을 한 자리에서 비교 시식해봤는데, 밀가루가 제대로 익었다고 생각되는 곳이 1/4도 안됐다. 밀가루나 빵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밀가루의 성질을 떠나 이러한 조리 상태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IMG_2282발효와 오븐 구이를 통해 얻는 빵의 맛에 입각해 무화과 호밀빵을 따져보면, 예전 라몽테의 100% 호밀빵과 비슷한 인상이다. 모양도 좋고 냄새도 좋은데 먹어보면 빵의 맛은 별로 안 난다. 그리고 발효와 마이야르 반응에 의한 빵맛을 느끼기도 어려운 것이, 무화과가 너무 많이 들어 있다. 물론 부재료 인심 후하다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어차피 가격에 반영되는 것 아닐까? 예전의 글에서 나는 ‘빵은 밥과 다르다’라고 말한 적 있다. 큰 맥락과 역할 면에서는 등치가 가능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곡식의 성질(알곡을 갈아 반죽을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밀과 그렇지 않은 쌀)이 또한 맛과 질감 모두 전혀 다른 음식을 만든다. 빵에는 소금도 들어가고 굽는 과정에서 복잡한 맛이 발달하니 그 자체만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먹을 수 있고, 밥은 반찬을 곁들여 간을 맞춰줘야 한다.

물론 이런 특성으로 한 쪽이 우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유행인 “식사빵”을 가만히 들려다보면 빵이지만 결국 밥을 먹는 것처럼 그 안에 반찬 역할을 하는 요소까지 전부 담아내려는 욕심 또는 강박관념이 집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궁금하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빵집을 죽 돌아보라. 밀가루, 소금, 물, 효모만으로 만든 단순한 빵은 있는 듯 별로 없다. 게다가 그 부재료의 양은 압도하는 수준으로 많다. 이곳에서 체다를 넣은 다른 빵을 맛보았는데, 그 또한 밀가루의 맛보다 치즈의 감칠맛과 짠맛이 훨씬 두드러졌다. 만일 치즈와 빵을 함께 먹고 싶다면 난 치즈를 넣지 않고 잘 발효시켜 구운 빵에 따로 곁들여 먹거나 아예 샌드위치를 택하겠다.

그래서 이런 빵이, 브레드 피트가 엄청난 문제라도 되는 건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나는 공허함을 느낄 뿐이다. 먹으러 다녀보면, 간신히 ‘괜찮다’고 할 수 있는 빵은 있지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굳이 영어를 들먹이지만 대부분 ‘decent’할 뿐, ‘good’이나 ‘excellent’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 그리고 당연히, 그 둘을 갈라놓는 요소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맛이다. 르 알래스카처럼 일단 눈으로 봐도 사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시는, 쭈글쭈글한 빵을 파는 곳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모양은 멀끔하다. 하지만 거기에 끌려 사서 한 입 물어보면 그만큼의 깊은 맛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집합적으로 받는 평가는 뭉뚱그려보면 ‘대기업/예전 동네 빵집과 다른 대안’이다. 물론 나는 거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접근과 모양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그 안엔 가짜 버터크림 케이크부터 식빵까지 전부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던 백화점식 구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불안함과 강박이 이끄는 능수능란함과 다양함이다. 스스로 다름을 표방하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지만 곧 모두는 같은 지점으로 수렴한다. 애초에 그 다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다들 자기 색깔 내기를 애초에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