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홍대] 쓰나미 라멘-참으로 처참한 맛없음

가장 화가 나는 맛없음이 있다. 순진한 결정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맛없음이다. ‘설마 내가 실패하겠어?’라는 순진함이 빚어내는 맛없음이다. ‘근자감’과 결이 조금 다르지만 통하는 구석이 있다. 며칠 전 먹은 라멘이 그런 맛없음을 빛내고 있었다. ‘먹고 나서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는 라멘’ 같은 걸 추구하는 모양인데 한마디로 기름기가 없는 돈코츠였다. 세상에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것인지조차 궁금하지만 이렇게...

[홍대] 꼬이-창가는 베트남

국물보다 면보다 고기 등 건더기가 더 많은 미국식으로 친숙해져 어쩌면 포(pho)를 비롯한 베트남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영영 틀려 먹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산다. 그런 가운데 홍대(주차장 골목)의 꼬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베트남의 그것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게 적당히 깔끔하고 가벼운 가운데 고이 꾸온(스프링 롤)이나 반미에 든 고기의 양념과 불맛의 표정이 또렷하다. 창가 자리에...

[홍대] 구르미산도-닿지 못하는 계란의 부드러움

주차장 골목을 지나가다 계란 샌드위치(타마고 산도) 파는 곳을 발견해 몇 가지를 사다가 먹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을 수 있다.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곳은 홍콩반점이 유일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틈새에 슬쩍 끼워 넣을 수는 있다. 게다가 단백질이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으니 건강식 까지는 아니어도 정말 이 근방에서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에...

[홍대] 클링크- 튀김의 세부사항

특근으로 찌든 어느 토요일 오후, ‘트친’이 올린 사진의 치킨앤와플이 유난히 완성도 좋아보여 당장 그날 저녁으로 먹었다. 가오픈 기간이라 그런지 실제로 잘 만든 음식인 가운데 약 95%의 튀김에서 접할 수 있는 세부사항의 부재를 접할 수 있었다. 1. ‘레스팅’의 부재: 식탁에 등장한 튀김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거나 표면이 수분으로 반짝인다면? 생생함을 칭송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음식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