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 토숑과 재료의 태생적 윤리 문제
올해는 본의 아니게 푸아그라를 꽤 많이 먹었다. 찾아간 레스토랑의 절반 이상에서 먹었던 것 같다. ‘본의 아니게’라는 단서를 굳이 단 건, 푸아그라의 존재에 대해 딱히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 가볍게 언급한 바 있는 것처럼, 푸아그라 같은 재료는 내는 순간 게임이 시시하게 끝나 버린다. 재료가 그 자체로서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선도가 대표하는 재료의 질과는 또...
올해는 본의 아니게 푸아그라를 꽤 많이 먹었다. 찾아간 레스토랑의 절반 이상에서 먹었던 것 같다. ‘본의 아니게’라는 단서를 굳이 단 건, 푸아그라의 존재에 대해 딱히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 가볍게 언급한 바 있는 것처럼, 푸아그라 같은 재료는 내는 순간 게임이 시시하게 끝나 버린다. 재료가 그 자체로서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선도가 대표하는 재료의 질과는 또...
건축 이론-비평으로 박사를 받겠답시고 대학원에 발을 들일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과연 그 바탕을 이루는 서양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학문으로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내 기본적인 생각의 근간으로서? 답이 시원하게 나온 적이 없다. 물론 그래서 그만둔 건 아니었지만.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비슷한 생각을 자꾸 한다. 무엇이 빠져 있는가. 두 가지를 꼽으라면, 무수히 언급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