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

레스쁘아 뒤 이부-10주년 기념 코스

최근 레스쁘아에 별 생각 없이 가서 10주년 기념 코스(150,000원)를 먹었다(와인 별도). 코스는 예상 가능한 직선의 궤적으로 조금씩 완성도가 떨어졌다. 깎아 만든 듯 반듯하면서도 모든 맛의 균형이 정확히 잡혀 있는 아뮤즈 부시(푸아그라 테린)에서 최고점을 찍고 조금씩 내려가, 주요리(필레 미뇽 피티비에)에서는 모든 요소가 원래 해체를 추구한 양 한 번의 나이프 움직임에 모양도 맛도 분해되어 버려 하나의 음식이라는 느낌을...

파인 다이닝을 말려 죽이는 자질구레함

나는 이제 음식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한편 이해하는 구석도 있고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또한 그와 별개로 한편으로는 재료 등등의 현실이 제약이라고도 분명히 알고 있지만 현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 요리사의 자기 표현을 결사적으로 막을 만큼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가면 갈 수록 심경이 복잡해진다는...

파인 다이닝 위기론-2016년을 돌아보면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인터넷을 뒤지면 찰나에 찾을 수 있다. 시카고 컵스가 백 몇 년 만에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를 우승했던 날이니까. 딱히 동기가 없더라도 기억할 수 있는 날이겠지만 굳이 기억을 시켜주려고 애쓰는 이도 있었다. 중계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점심을 먹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고? 당연히 없었다. 사실은 점심 자리 자체가 크게...

파인 다이닝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은 정말 안 되고 있나? 그렇다. 다만 그 ‘안 되는 상황’을 명확하게 구분 지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파인 다이닝=서양 요리’라고 울타리를 좁히고 되묻자.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은 ‘어떻게’ 안 되고 있나? 음식은 좋은데 팔리지 않는가, 아니면 음식이 안 좋은데 팔리지도 않는가? 똑같이 안 되더라도 두 상황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난다. 전자에는 희망이 있지만 후자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