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을지로] 보건옥-불고기의 문법

1. 지방이 별로 없는 부위를, 2. 다진다 싶을 정도로 얇게 저며서, 3.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간장에 재운 불고기는 웬만하면 퍽퍽하게 과조리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조리 문법 아닐까? 그렇기에 구멍 뚫린 화로나 석쇠에 올려 직화로 굽는 방식에 단순한 다양성 이상의 의미를 주기 어렵다. 어떻게든 먹기야 먹겠지만 최선이라는 생각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소위 전통 음식/조리...

[을지로] 산수갑산-맛의 무의식적 길찾기

김치말이 생각에 강을 건넌 시각이 4시 50분이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산수갑산 생각이 났다. 도착하니 4시 55분, 바로 앞의 20대 남녀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녁 개시 시각은 5시. 들어가도 되나? 밖에 서 있는데 한 직원이 ‘들어와서 기다려도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업이 시작되는 5시 15분쯤, 이미 식탁은 거의 다 찼다. 오랜만에 훌륭하다면 훌륭할 순대를 먹으며 맛의 조합과 선택에...

[입정동] 을지면옥-형식의 부재, 의미없는 전통

기억하기로 을지면옥은 처음일 것이다. 그 동네까지 나갔다면 내 선택은 분명 우래옥일테니까. 과연 우래옥이 음식을 훨씬 잘 만드는가?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모든 측면-음식 뿐만 아니라 그걸 에워싼 경험까지-을 감안한다면 우래옥과 다른 평양냉면집의 좌표는 다르다. 굳이 이런 표현까지 써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격이 다르다. 또한 우래옥 육수의 “육향”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게 정말 취향의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다. GIGO(Garb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