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퇴사학교 스콘과 이천 원짜리 아메리카노

작년 가을, 동네에 뜬금 없이 빵집이 생겼다. 파리바게트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일한 이가 만드는 듯한 백만 가지 빵을 파는 곳이 아니고(그럼 차라리 나았으리라), 오랜 세월 동안 쌀뜨물에 우려 색과 맛이 완전히 바랜 킨포크를 덕지덕지 바른 인테리어에 퇴사학교에서 속성 코스로 한 달 정도 배워 구운 것 같은 빵을 파는 안타깝고도 비참한 곳이었다. 30대 중후반의 남성이 어른 주먹만한 드롭...

[서교동] 빌리프커피 로스터즈-맛없음의 희망

맛없고 싼 배합 같은 원두를 대강 추출해 뜨거운 물에 옅게 섞어, 매장에서 마실 것임에도 불구하고 묻지도 않은 채 종이컵에 담아준다. 전 과정이 10분은 족히 걸렸다. 서교동 빌리프커피로스터즈의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다. 화장실에 가려고 지하로 내려가니 황홀하다고 해도 좋을, 공연장으로 쓰면 딱 맞을 공간이 펼쳐져 있고 놀랍게도 그 안에 로스터리마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커피가 이렇게 맛없을까. 뭐랄까, 맛없음의 희망을...

야쿠르트 ‘콜드 브루’와 커피의 인상

올해부터는 결국 안 맡게 된(잘린?) 대학 강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간략하게 올린 바 있는 커피 비교 시음 이야기다. 당시 학생들의 반응 가운데 하나가 흥미로웠다. 전부 시음한 다음 ‘그래도 카누가 맛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 다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여러 학생으로부터 나왔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카누를 비롯한 대량 생산 제품은 가장 일반적인 커피의 맛이나 향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