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런던 베이글 뮤지엄-최악의 최악

드디어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베이글을 먹고야 말았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자의로라면 영영 먹지 않을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지난 세월 동안 나쁜 음식을 충분히 많이 먹었으며 그에 대한 나쁜 평가도 원없이 했다. 그 과정에도 욕도 배부르게 먹었다. 요즘은 거기에 뭘 더 얹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내 마음이 지푸라기 한...

이미 질식사한 제과제빵의 레퍼런스

슬슬 질식사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는 도너츠를 살펴보고 나니 이미 맛의 세계를 하직한 제과제빵의 레퍼런스들이 생각났다. 1.마카롱: 마카롱의 핵심은 껍데기일까 소일까? 한국에서는 후자라 믿었으니 지옥의 뚱카롱이 탄생했다. 마카롱의 원조라는 피에르 에르메와 라뒤레마저도 몰아내는 한국형 뚱카롱의 파워! 2. 레이어드 케이크: 크리스티나 토시의 디저트는 충분히 독창적이지만 미국의 질펀한 맥락 속에서만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정교함을 대신 푸짐함을 선택한 케이크가...

[양평동]코끼리 베이글-한 풀 꺾인 쫄깃함

올해는 슈톨렌이 유행인가? 집 근처의 베이글 가게에서도 ‘슈톨렌 베이글’을 만들어 판다고 들어 사러 간 김에 베이글도 몇 개 집어 왔다. 이곳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베이글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반죽을 밀가루:물의 비율로 분류할 경우 베이글은 거의 맨 왼쪽, 즉 수분이 적은 쪽의 기준점 같은 역할을 한다. 글루텐 함유량이 높은 밀가루에 수분 비율이...

[연남동] SF 베이글-의미 없는 사워도우

‘베이글이 좀 ‘새콤’하니까…’라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듣고서야 계산까지 마칠 수 있었다. 지인과 저녁 약속이 있어 연남동에 갔는데, 시간이 좀 남아 골목을 둘러보던 차 눈에 들어온 가게였다. 마침 베이글이 먹고 싶었던지라 들어가보았다. 자연발효종으로 만드는 베이글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연발효종이 ‘새콤’한가? 굳이 구분한다면 ‘새콤’은 레몬즙 같은, 숙성을 거치지 않고 나온 산의 가벼울 수 있는 신맛에 더 잘 어울리는 형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