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이해

‘젠틀맨’ 연재 종료와 옛 시절 빵

그렇다, 젠틀맨에 연재했던 ‘미식의 이해’도 2년의 여정을 끝으로 지지난달 마무리했다. 이래저래 공식적으로 확정을 받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실무자와 연재 종료를 기념하기 위해 조촐한 “직장인 점심 체험 행사(나의 표현을 빌자면)”을 가졌다. 돌아보면 가장 즐겁게 썼을 뿐더러 압박도 전혀 없던, 훌륭한 지면이었다. 물론 2년 동안 모아둔 원고는 이번 말고 그 다음 언젠가의 책을 내는데 뼈대로 쓸 것이다. 그렇게...

미식의 이해(16)-미슐랭의 딜레마

10~11월, 6주에 걸쳐 미국 북서부(Pacific Northwest)에 머물렀다. 처음 4주는 ‘힙스터의 도시’ 포틀랜드에 머물렀다. 초점은 현지 제철 재료와 커피였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았고, 커피를 매일 너덧 잔씩 마셔댔다. 나머지 2주는 시애틀에 며칠 들른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냈다. 그곳에서는 레스토랑에 초점을 맞췄다. 레스토랑 방문을 위한 여정은 즐거움보다 고역에 가깝다. 물론 예약(언제나 어렵다)이나 예산(언제나 부족하다)도 문제지만, 체력과...

미식의 이해(15)-파워블로거와 잘못된 평가

    종종 바람에 실려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 글이 파워블로거의 진노를 샀다는 내용이다. 십년 가까이 꾸려온 블로그에 종종 비밀 덧글 형태로 첩보(?)가 들어온다. 원인은 간단하다. 그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내가 감히 비판했기 때문. 일견 이해는 간다.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말하면 시쳇말로 빈정이 상하는 법이다. 설사 비판의 근거가 정당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 근거는 사실 나에게만 정당할...

미식의 이해(14)-손님의 격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인기라는 연남동의 이탈리안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을 나서기 전 옷차림을 놓고 잠시 고민했다. 더운 날씨에 잠깐 반바지 생각을 했다. 행선지도 스스로 오스테리아라 칭하는 곳이니 그만하면 무리가 없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고민하던 가운데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문을 닫은 지도 1년이 넘은 홍대의 레스토랑, 같은 계절과 시각의 토요일이었다. 홀에 셰프가 나오자 쫓아와 구면이라며 인사를 청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