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동안의 마감
사실은 어제여야만 했다. 어떤 역서의 원고 세 꼭지를 나머지와 함께 끝내지 못하고 한참 동안 따돌리고 있었다. 그걸 어제까지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어제가 마감이었던 다른 역서의 후기를 쓴 뒤 이를 악물고 붙들었지만 곧 주저 앉았다. 그나마도 주말 동안의 여유를 받아온 것이었는데 또 하루 늦고야 말았다. 스키와 독일어가 미웠다. 오늘 15분씩 두 번...
사실은 어제여야만 했다. 어떤 역서의 원고 세 꼭지를 나머지와 함께 끝내지 못하고 한참 동안 따돌리고 있었다. 그걸 어제까지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어제가 마감이었던 다른 역서의 후기를 쓴 뒤 이를 악물고 붙들었지만 곧 주저 앉았다. 그나마도 주말 동안의 여유를 받아온 것이었는데 또 하루 늦고야 말았다. 스키와 독일어가 미웠다. 오늘 15분씩 두 번...
미안합니다. 기억이 잘 안 나요. 누구한테 미안해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미안해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에게도 그럴 필요 없다. 그저 나 혼자 책상에서 지지고 볶았을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을 뿐이니까. 한 열흘 정도 마감이라는 걸 했다. 원고 다섯 편을 쓰고 양이 많지 않은 단행본 번역 한 권을 끝냈다. 원래...
그러니까 지난 몇 달 동안 매 2주마다 마감을 했던 번역 원고는 이탈리아의 요리책(이라기 보다 레시피 사전) ‘실버 스푼 (또는 Il Cucchiaio D’argento)’ 이었다. 사실은 2015년 초에 착수해 진작 1/3을 끝내 놓은 상황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작년 11월 초부터 작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서야 이야기할 수 있다. 2015~2016년은 이 책과 ‘외식의 품격’ 후속작 원고가 이리저리 맞물려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글도 못 쓴 적이 있던가. 의도적으로 안 썼다면 모를까, 쓰고 싶은데 못 쓴 건 이번이 처음 같다. 마감 때문이었다. 애초에 ‘하던 일을 마물러서 끝냄’이라는 뜻이 있으니 사실 ‘마감=끝’이지만 의도와 달리 이 마감이 점도 선도 아닌 면 수준으로 존재하는 바람에 현재의 상황은 그냥 마감도 아닌, ‘마감의 끝’이다. 책 두 권을 옮겼다. 밀리고 밀린 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