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삼청동] 긴자 바이린-목숨 걸고 먹은 돈까스

아니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나는 목숨을 걸고 긴자 바이린의 돈까스를 먹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려 갔는데 일대의 보도에 전부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조심스레 걸어 음식점에 도착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발깔개 바로 앞의 대리석(화강암) 바닥에서 옆으로 미끄러져 두 발이 순간 한꺼번에 공중에 떠올랐다. 더 잘 묘사해줄 수 있는 영상을 아는데 마땅한 검색어가 생각나지 않아...

어떤 돈까스집

가끔 돈까스가 먹고 싶어진다. 사실 그리 만들기 어려운 음식은 아니다. 숙성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다 덧없고, 적당한 등심을 사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밀가루(전분)-계란물-빵가루의 순으로 옷을 입혀 냉동시키면 끝이다. 등심 1kg분을 만드는데 두 사람의 손이라면 20분이면 충분하다. 요령은 ‘더러워지는 손’과 그렇지 않은 손 구분하기다. 사람 손이라는 고기도 밀가루-계란물-빵가루를 거치면 옷을 두툼하게 입는다. 이때 한 손만...

[가로수길] 정돈 프리미엄-돈까스로 쓰는 시

어느 비오는 날, 손님이 거의 없는 바에 앉아 돈까스로 시를 쓰는 광경을 목도했다. 단어 하나, 구두점 하나까지 고민해서 다루듯 돈까스 및 음식을 준비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을 거치고 내 앞에 놓인 음식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부위 전체를 들여와 직접 썰어 튀겨낸다는 ‘성의’나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까지 감안하면 아쉬웠다. 대체 무엇이 어땠기에 아쉬웠는가… 어차피 백 가지...

[페럼 타워] 안즈-또 한 켜 아래의 형편 없음

12시에 먹었으니 이제 소화는 다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돈까스로부터 취한 마지막 영양분이 글쓰기의 에너지원이리라. 한편 이 현실에 지극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이렇게 맛없는 음식을 먹고 취한 에너지로 맛없음에 대해 쓰다니. 한편 인터넷 시대의 장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음식의 영향이 채 사라지기 전에 글을 써 올릴 수 있다니, 나름 재미있는 일 아닌가. 하필 맛없음에 대해 (또!) 써야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