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젤라토와 결산 2021
우연히 어떤 젤라토를 먹었다. 한마디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젤라토였다. 젤라토는 알아도 음식은 모르거나 식재료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교과서를 그나마 착실하게 따라서 만든 맛을 냈다. 그 어떤 요소도 말을 건네지 않아서 먹는 마음이 참으로 공허했다. 코로나의 시국이라고 해서 매력 없는 음식이 갑자기 매력 있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나의 고민이다. 몇 단계 거리두기로 아홉...
우연히 어떤 젤라토를 먹었다. 한마디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젤라토였다. 젤라토는 알아도 음식은 모르거나 식재료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교과서를 그나마 착실하게 따라서 만든 맛을 냈다. 그 어떤 요소도 말을 건네지 않아서 먹는 마음이 참으로 공허했다. 코로나의 시국이라고 해서 매력 없는 음식이 갑자기 매력 있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나의 고민이다. 몇 단계 거리두기로 아홉...
2021년 상반기의 마지막 날은 방송 촬영으로 보냈다. 특성상 대기가 많아서 간만에 올 상반기를 결산해 보았다. 지난 1월 말, 나는 병원에서 거의 울면서 사정했다. 너무 힘든데 나아질 방도가 없겠느냐고. 2020년 말 번역 원고를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달린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이전에 부작용으로 쓰다 만 약이었고 그거라도 좋다고 했다. 운이 좋았는지 화학적 궁합이 이번엔 맞았는지 이후...
이틀 동안 죽은 듯 자다가 일어나니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끼니로 치킨, 나쁘지 않다. 근처 KFC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2018년에 대해 생각했다. 매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라는 클리셰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 참 편하다. 일단 던져 놓고 아무말로나 행간을 메우면 꽤 그럴싸 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클리셰가 클리셰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올해가 바로 그러했다. 정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업무 메일의 인사로 올해의 일을 모두 마쳤다. 내가 질질 끌어 이제 마감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20일쯤 종무하고 쉬고 싶었는데 열흘 가까이 더 일했다. 사실 그 전에는 연말에 다만 며칠이라도 어딘가 갈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두 발이나 물러선 셈인데 어차피 자업자득이라 딱히 할 말은 없다. 마감이 계속 늘어진 덕분에 올해에 대해 예상보다 더 생각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