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의 음식 관련 보도, 왜 믿나?
<불만제로> 치킨 편이 방송에 나간 다음,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치킨과 염지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썼다. 하지만 어떤 창구도 공중파 방송 만큼 파급력을 지니지는 않았으리라. 덕분에 관련 업계에는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트위터에서도 ‘프로그램 보고 치킨 먹지 말아야 되겠다 생각했는데 괜찮은가봐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생각했다. 대체 매체, 특히 공중파의 음식 관련 보도는 왜 믿나?
매체를 왜 믿느냐니, 너무 극단적인 질문 아니냐고? 누군가는 그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스스로도 돌아보라. 현재 누가 공중파 방송의 뉴스 보도에 믿음을 주는가. 트위터에는 ‘내가 더 안 믿어’라는 메시지를 모두가 경쟁적으로 뿌려대고 있다. 마치 더 안 믿는게 있어보이기라도 하는양. 그게 아니라면 왜 손석희의 jtbc 뉴스가 인기를 얻고, 프레시안 등 각종 대안 매체가 힘겹지만 그래도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가? 모두 공중파를 향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 아닌가? 뉴스를 내놓아도 다들 ‘저게 아니야,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지’라고 생각하는 마당에 어째서 같은 방송국에서 내놓는 다른 보도는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믿음 그 자체를 향한 일관성이 너무나도 떨어진다.
게다가 정치나 사회, 시사처럼 시각이며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나 이해가 다를 수도 있는 사안이라면 모르겠다. 어차피 공중파의 몫이 아닌 평론을 제쳐놓는다면, 음식과 얽힌 사안은 과학을 기반으로 삼으므로 재론의 여지가 크게 없다. 치킨과 염지의 관계도,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반론했듯 본질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한 미디어스 김민하 기자의 관련 기사나 다른 관련 보도를 읽어보라. 담당 PD의 답변은 변명이며, 공중파에서 전형적으로 쓰는 사실 왜곡을 위한 기법이다. 따라서 이건 왜곡보도며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측면도 음식 보도에 관한 공중파의 신빙성을 평가할때 염두에 둘 수 있다. 진짜 #도 모르는 “파워블로거”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대체 이 미친 맛집열풍을 누가 선도했는지 생각해보자. <VJ특공대> 등의 공중파 프로그램이다. <불만제로>에서 의기양양하게 성우의 과장된 어조로 문제도 아닌 측면을 문제라며 다수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한편으로, 오늘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집 관련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를 탄다. 찬찬히 뜯어보면 오히려 치킨에 쓰는 염지보다도 근본적으로 문제인 조리 방법을 적용하는 음식이 많다. 맨날 나오는 양념 범벅 해물탕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라. 그 많은 마늘과 고춧가루와 소금 등등이 맛은 물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뻣뻣하게 익어버린 오징어를 쫄깃해서 좋다며 양념에 잔뜩 버무려 소주와 함께 퍼먹고는 다음날 속이 안녕들하셨을까 모르겠다.
세상이 빌어먹을 상황이다보니 모두 가슴 속에 회의를 한 덩어리씩 품고 한다. 나도 물론 거기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다만, 그 회의 발현의 목적이, 달리 말해 회의의 쓰임새에 대한 개인의 내부적인 논리가 궁금하다. 거짓말쟁이는 왜 거짓말쟁이인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거짓말을 하니까 그렇다. 누군가에게 거짓말쟁이의 딱지를 붙이는 과정에서 그/그녀가 말하는 주제 및 분야에 대한 심각한 고찰을 하던가? ‘아 그 사람이 문화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 역사에 대해서는 또 좀 덜하고…’ 매체가 정치나 사회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시각을 견지하면서, 음식에 대해서는 바를 정보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시각이라는 것이 특정 방향으로 형성된 이유를 따져보면 ‘이해관계’라는 답이 나오므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러므로, 믿지 마라. 다른 사안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다면, 음식에도 마찬가지로 회의를 품는게 맞다. 현존하는 음식 자체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그 음식을 재단하는 시각에 대한 회의를 품으라는 의미다. 그게 근거 없는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고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요령이다.
# by bluexmas | 2014/01/15 15:44 | Tast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