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다는 말을 잘 한다. 이에 사람들은 여러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 하나로 압축하면 ‘아니 그런 말을 어떻게 입에 담아’와도 같다. 진짜 친구가 없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않겠느냐, 뭐 그런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진짜 없는 걸 어쩌란 말이냐(물론 0명이라는 건 아니다…). 늘 말하듯 문제는 아는 걸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데 있지 않은 것처럼, 있는 걸 없다고 말하고 없는 걸 있다고 말하는데서 비롯된다. 친구가 진짜 없으니 없다고 말하는게 딱히 두렵지 않다. 없는걸 있다고 말하면 친구가 막 펑펑 생길까? 생각해보면 친구가 없을 수 밖에 없다.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이렇게는 아니고 싶은 성격은 정말 빼놓더라도, 그게 어디든 적어도 비행기를 열 몇 시간을 타야만 갈 수 있는 어딘가에서 거의 십 년 가까이 살다보면 있던 친구들도 다 떨어져 나간다. 같은 땅에 살아도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지는 삶 때문에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인간관계 아닌가? 나갈 동창회도 없고 있어도 나갈 생각 없지만 그런데 나가서 기분 나빠져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왜? 남의 삶이랑 내 삶을 비교하니까. 우리나라에서 살아 가장 피곤한 점은 바로 그거다. 나랑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도록 강요받는 현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정말 친구가 뭔지 이제 잘 모르겠다. 내일 모레 마흔에 가정도 새끼도 없는, 덜렁 내 한 몸인 대한민국 남자에게 친구라는 존재 혹은 관계는 정말 무엇이 되어야만 할까? 아니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ㅋ 저 사람은 나의 친구ㅋ’라고 할 수 있을까? 경조사? 술? 있지도 않은 배우자 험담? ‘ㅠㅠ 친구 없어서 외롭고 쓸쓸해요 ㅠㅠ’ 뭐 이런 하소연을 늘어놓으려는게 아니라, ‘어 난 친구 없어. 끝.’ 뭐 그렇다는 거다.
또 한 편 어느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너무 잘 기억하는게 싫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난 시간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의 꾸러미 혹은 덩어리 같은 것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필 그 특정 꾸러미 또는 덩어리로만 나를 기억한다. 이를테면 치부를 나로 인식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기억인데 타인이라고 아름답게 기억할리 없지 않은가. 다들 그냥 스쳐 지나가세요,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오오 이런 이야기 절대 쓸데없구나. 어쨌든 나는 친구 없고 친구가 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끝.
# by bluexmas | 2012/10/29 03:02 | Life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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