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터뷰
아침부터 살짝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까지 이런저런 일 관련 약속이 있어, 가장 중요한 인터뷰를 이른 시간에 잡았는데 바로 그 뒤 오후 약속이 하루 뒤로 밀렸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거야 전혀 나쁠게 없는데, 집에서 과천까지 그 시간에 움직이는 게 시간 절약에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게 좀 신경쓰였다. 다행스럽게도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남태령에서는 교통사고도 목격했다. 거길 넘어가면서는 늘 오른편의 수방사를 보는데, 거기 부대 견학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소속부대도 같은 기계화 사단으로 수방사와 라이벌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가…
과천 현대 미술관에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참 좋은 봄날 친구들과 과천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그 길을 죽 걸어 처음 가봤었다. 5호선도 없던 시절이다(대학 1학년때, 과천을 지나 사당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꾸역꾸역 통학할 때 5호선이 한창 공사중이었다). 20년도 더 전의 일. 그래서 그런지, 차를 몰고 올라가면서 그때 대체 얼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인터뷰에 응한 분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한 시간도 더 걸리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
오늘 한 인터뷰를 끝으로, 당분간 인터뷰를 할 일이 없어졌다. 관련 기사를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경험 없는 사람이 이런 저런 인터뷰를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해봤는데,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대일 대화인데다가 내가 필요한 게 있어서 요청한 것이니만큼 조금이라도 주의를 덜 기울인다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물론 종종 이야기가 잘 가지를 쳐나가면서 대화가 즐거워지고 그만큼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또 그대로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면서 핵심 질문을 물어볼 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 게다가 개인사에 대한 호기심은 집에 두고 나오는데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쪽으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가 있다. 그걸 제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인터뷰는 힘든 일인데 당분간은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 동행과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바람이 제법 가을 같았다. 당분간은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바로 이어 일 관련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경부고속도로 끝이 밀리는 게 싫어 2,500원이나 내고 우면산 터널을 탔지만 거기에서 같은 강남을 이동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결국은 돈을 버린 셈이 되었다. 아마 고속도로를 타고 반포에서 빠졌더라면 돈도 안 쓰고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을 것이다. 모든 일이 두 시에 끝났는데 너무 힘이 빠져, 돌아와서는 그대로 소파에서 낮잠을 두 시간 잤다.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힘들더라는 이야기가 오늘 잡담의 쓸데 없는 결론.
# by bluexmas | 2012/08/30 00:40 | Life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