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유효기간

백종원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 않다. 1시간 전에는 식재료의 원산지 문제로 입건되었다는 뉴스도 떴다. 이렇게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서 백종원의 맛이 이제는 유효기간이 다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가 지금과 같은 위상에 오른지 대략 십 년쯤 된 것 같은데, 그 중심에는 그의 올바르고 영민한 처신과 더불어 맛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그의 맛이 자가조리의 문턱을 상당히 낮춘 것은 확실하고 큰 공이다.

그런데 맛의 면면을 뜯어보면 지속가능성은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의 맛은 재료의 비용을 아껴 비는 맛을 설탕과 조미료로 메워 감각 혹은 생리적으로 ‘맛있네?’라는 반응이 바로 나오게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 적당한 조리 인력을 써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음식이 나온다. 그의 브랜드는 전부 이런 전략으로 운영된다. 조리사들이 잘/열심히 하면 볶음도 튀김도 좋지만 맛은 공허한 홍콩반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맛을 내재화 및 복제 가능하게 만든 그의 능력은 요리사로서 일견 대단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한마디로 궁여지책의 음식이므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안 찾게 된다. 가운데가 텅 비어있고 곱씹어 볼 여지가 없기 때문에 한번 물리면 벌어진 거리가 다시 가까워지지 않는다. 가정조리에서도 마찬가지라서, 결국 모든 음식의 맛을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한편 만드는 이에게 성장과 확장의 잠재력을 일깨워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지난 십 년 동안 그를 능가하는 더 나은 요리 전문가 혹은 셰프-특히 방송력을 갖춘-가 나왔느냐면 그건 아니지만, 그냥 먹는 소비자의 차원으로 보았을 때에는 그의 맛이 이제 먹을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커피만 하더라도 이제 비슷한 가격에 콤포즈 같은 프랜차이즈의 맛이 월등하게 낫다. 콤포즈가 뭘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테이크아웃 1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빽다방의 것을 더 이상 돌아보지도 않게 만든다.

그가 사업적인 차원에서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도 뿌리는 같다. 모든 음식의 맛 설계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지난 십 년 동안의 좋게 말하면 꾸준하고 나쁘게 말하면 빠질 데를 모르는 그의 매체 노출이 겹쳐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꼈고, 이게 좀 더 나아가 일부에게는 반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브랜드 상당수는 그 자신이 상징으로서 작용을 하는데, 이 또한 소비자가 식상했다고 본다. ‘야 저것도 백종원 브랜드네, 안 먹어봐도 뻔하겠다!’라는 반응이 나올 때도 된 것이다.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광고 모델을 교체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요리하는 사람에게 맛내기란 습관인데 그에게는 좀 더 뿌리가 깊은, 라이프스타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달리 말해 그가 이를 깨고 싶어도 깰 수 없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방송인으로서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맛을 설계하는 사람, 요리사나 셰프로서 그는 이제 ‘가성비맨’의 굴레를 벗어야 할 것 같은데, 그가 원할지도 모르겠지만 원하더라도 가능할지 그것도 알 수 없다.

십 년이면 짧은 세월이 아닌데 그걸로 이만큼 끌어온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보는데, 나는 이제 다음 단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데 이제 상장을 했고 주가가 썩 좋지 않아서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나라면 상당 부분 접고 휴식기를 가질 것 같은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