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양각도-또 하나의 평양냉면

먹고 돌아서면 잊힐 평양냉면이었다. 못 만들었다거나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먹을만 한데 지향점이 잘 안 읽혔다는 말이다. 정말 선택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재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건 이 한 그릇을 놓고 보면 썩 좋은 현상은 아닐 수 있지만 큰 그림을 보면 나쁜 건 아니라 믿는다.

평양냉면 “전문점”이 갈수록 늘어가는 등 저변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면 이런 한 사발이 존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의 번화가나 경기의 신도시 일대를 벗어나 가게들이 자리 잡고, 만오륙천원짜리는 물론 칠팔천원 수준의, 다시다 국물에 메밀면 비스무리한 걸 말아서 내는 분식집 스타일의 평양냉면도 나올 때가 됐다. 그렇게 저변이 넓어져야 쇠젓가락으로 먹으면 안된다느니, 먼저 국물부터 한 모금 마셔야 한다느니 하는 쓸데 없는 평양냉면 컬트가 뿌리 뽑힌다. 세상에 섬겨야 할 음식은 없다.

 

*사족: 굴림만두는 냉면 한 그릇에 12,000원인 가게에서 내기엔 참으로 성의없는 메뉴라고 생각하는데, 이마저도 절반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좌절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