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현대 여의도점-무망(無望)의 놀이터
발을 들여 놓았는데 넓다는 기분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참을 생각해본 결과 수직과 수평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층고가 면적에 비해 낮아서 규모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규모감 속에 놓인 식품들은 너나할 것 없이 초라해보였다. 면적을 작게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채울 물건도 별로 없고 방향도 제대로 잡지 않은 느낌이랄까? 파머스마켓 같은 신선식품의 천국이 될 수도 있고 근처의 직장인들을 생각해서 냉동식품과 밀키트의 격납고처럼 꾸밀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지만 그냥 하던 대로 했기 때문에 식품관은 초라했고 마땅히 살 물건도 없었다.
다른 공간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타벅스와 파리크라상이 크게 들어와 있는 걸 보고, 그렇게 채울만한 컨텐츠가 없었던 것일까 회의가 들었다. 공간 계획을 총괄한 이의 인터뷰에 의하면 더 현대 여의도점의 공간 점유율은 채 50퍼센트가 안된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채울 만한 게 없어서 태극당이 들어와야 하는 현실, 또한 채우지 않은 공간이라고 딱히 의미 있어보이지 않는 현실이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