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마법의 모사품

한참 동안 제품만 있고 재고는 없는 오뚜기의 고기리 막국수를 드디어(…) 먹었다. 무엇보다 면이 가장 궁금했는데 4분이라는 짧은 조리시간, 글루텐 함유, 삶고 난 뒤의 질감을 감안하면 메밀향을 최대한 불어 넣은 밀가루면 같지만 나쁘지 않다.

들기름과 간장, 김가루와 통깨까지 네 가지의 스프 및 고명이 맛을 내는데, 처음에는 고기리에서 먹은 오리지널을 생각하며 먹기 시작하지만 대접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이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뚜기의 모사품이 맛의 기억을 완전히 덮어쓰기 해버린 달까? 두 팩, 여덟 봉지를 사다가 주말 동안 두 봉지를 먹었는데 나는 이제 더 이상 원래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의 맛을 기억할 수가 없어졌다. 머릿 속에 그것이라고 기억하는 상이 있지만 사실은 이미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오뚜기의 이미지이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는 현재로서 판가름 할 수가 없는데, 마침 주말에 근처 갈 일이 있어 고기리의 오리지널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대기가 2시간이라는 말에 그냥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현재 고기리 막국수가 이런 음식점일 것이므로 몇 팩 쟁여 두어서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 여러 모로 신기한 제품이고, 인스턴트화한 식당 음식의 세계에서 분기점 역할을 할 것 같다.

*사족:

1. 면이 100그램 안팎이지만 그게 전부이므로 끼니로는 부족할 수 있다. 나는 고기리 분위기를 낸다는 마음으로 수육을 삶아서 먹었는데 훌륭했다.

2. 사실 고기리 막국수의 진짜 별은 막국수도 수육도 아니고 바로 김치이다. 막국수는 안 먹어도 좋은데 김치는 사다가 냉장고에 쟁여두고 아껴가며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