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드프랑] 전자레인지에 21초 데워 먹는 깜빠뉴-프랑스의 헛된 기개

집 앞 씨유를 지나가다가 ‘프랑스의 기개를 느껴보라’는 광고문구에 홀려 사봤다. 그리고 결과는…

대량생산 제품 가운데서도 못 만든 빵에 프랑스산 밀가루를 썼다고 해서 완성도가 좋아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 소위 “수입산” 밀가루는 한없이 멀쩡하다. 모든 음식은 물론 빵까지 구워 보아도 밀가루의 품질이 나빠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다. 직업적인 궁금증에 이끌려 또 다른 수입산, 즉 고급 밀가루를 사서 써 보지만 쉽게 살 수 있으므로 다시 마트 밀가루로 돌아가곤 한다.

심지어 개인 베이커리에서도 밀가루를 포함한 식재료가 프랑스산이라고 자동적으로 빵이 맛있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하므로, 사실 이런 전략에 믿음을 가지기란 너무나 어렵다. 게다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마가린을 썼다면… 프랑스산인지도 모르겠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더 국산보다 맛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산 밀가루를 쓰든 안 쓰든 상관없고, 사실 마가린을 썼대도 문제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 빵이 이름처럼 ‘깡빠뉴’를 닮을 기회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에 최종적으로 크나큰 실패일 수 밖에 없다. 대량생산 빵 가운데서도 특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에 무화과와 호두를 넣는다고 해서 깡빠뉴가 되지는 않는다. 껍질과 속살의 구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속살이 깡빠뉴를 지향하고 있다는 의지 정도는 보여주어야 참작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속살이 마르고 푸석푸석해서 끝까지 먹기가 힘들었다.

이런저런 콘셉트의 제품이 나오는 건 참 좋은데 궁극적으로는 아무 것도 다르지 않고 홍보 전략처럼만 보일 때 참 실망스럽다. 사실 괜찮은 공장빵이 꽤 있는지라(물론 공장 제품의 맥락에서) 이런 제품이 ‘프랑스의 기개’ 운운하면서 등장하는 게 반갑지 않다. 공장빵이 좋아야 개인 베이커리의 빵도 좋아지지 않겠는가.